국립과천과학관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현직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탐구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진은 원영선 석호중 교사가 지난 18일 오후 과학관에서 ‘플라스마 방전판에 손을 대보면?’이란 주제로 자유탐구 학습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공교육 희망의 현장을 찾아서] 국립과천과학관 ‘현직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탐구학습’
일상서 느낀 궁금증 ‘자유탐구’ 주제 정해
전시관 체험·직접 실험 해보며 원리 이해
내년엔 초5~6, 중2, 고1 프로그램 다양화
일상서 느낀 궁금증 ‘자유탐구’ 주제 정해
전시관 체험·직접 실험 해보며 원리 이해
내년엔 초5~6, 중2, 고1 프로그램 다양화
“자유탐구는 새로운 탐구학습 방법이라 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과학자가 하는 활동을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거죠. 밥 먹다가 문득, 길을 걷다가 문득 알고 싶었던 것을 탐구주제로 정한 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탐구활동을 하는 거죠. 그러므로 자유탐구의 출발점은 ‘궁금증’이라 할 수 있어요. 오늘은 ‘플라스마’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보려고 해요. 플라스마 전시관 체험과 실험을 한 뒤, 플라스마에 대한 ‘나만의’ 탐구주제를 정해 보세요.”
원영선 석호중 교사는 지난 18일 오후 국립과천과학관 교육동 제3실험실에서 ‘현직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탐구학습’ 프로그램 ‘플라스마 방전판에 손을 대보면?’에 참여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플라스마’뿐 아니라 ‘자유탐구’란 말이 아직 낯설기만 한 학생들은 다소 난감해했다.
“호기심은 뭔가 알고 있어야 생겨요.” 원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국립과천과학관 사이버전시관(cyber.scientorium.go.kr)을 열면서 말했다. “지난 1학기 때 물질의 세 가지 상태에 대해서 배웠죠? 혹시 그때 물질의 4번째 상태는 없을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 다음의 ‘물질의 제4의 상태’라 말할 수 있어요.” 원 교사의 설명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의 99%는 플라스마라고 하는데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마를 볼 수 있을까요?” 과학책을 많이 읽은 듯한 한 학생이 “번개요!”라고 답했다. “맞아요! 번개는 대표적인 플라스마 현상 가운데 하나죠. 그렇다면 번개로부터 건물이나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꼭대기에 달아놓은 건 무엇일까요?” 학생들은 동시에 “피뢰침!”이라고 말했다. “그래요, 오늘 플라스마 전시관 체험에선 여러분의 손가락이 피뢰침 구실을 할 거예요. 그리고 손가락 이외에 종이, 휴대폰, 지우개 등 여러분이 갖고 있는 소지품들을 플라스마 방전판에 대 보세요. 그리고 각 소지품은 손가락과 어떤 차이가 있나 관찰해 보세요.”
원 교사의 안내에 따라 몇 가지 소지품을 챙긴 학생들은 1층 기초과학관 ‘플라스마의 세계’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관으로 가는 도중 학생들은 각자 ‘무선가이드시스템’을 받았다. 평일이지만 방학이라 관람객이 많아 교사의 목소리만으론 전시관에서 학생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과학관이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플라스마 방전판과 방전구에 다다른 학생들은 먼저 다양한 색의 플라스마를 관찰한 뒤 손가락뿐 아니라 연필, 종이, 지우개, 휴대폰 등 다양한 소지품을 갖다 대 보았다. 원 교사는 틈틈이 학생들에게 “플라스마가 손으로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플라스마가 소지품에 따라 반응을 달리하는 이유는 뭘까요?” 등의 질문을 던졌다.
플라스마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티브이 앞에 모였다. 원 교사가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티브이에도 플라스마가 있어요”라고 말하자, 한 학생이 “아, 이게 피디피(PDP, plasma display panel)예요?”라고 알은체했다. “그래요, 이처럼 플라스마는 우리 일상 속에서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학생들은 원 교사의 설명이 신기한 듯 티브이를 다시 쳐다봤다.
다시 실험실로 돌아온 학생들은 플라스마 관련 실험을 이어갔다. 원 교사는 전자레인지와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재현해 보였다. 학생들은 ‘번개’ 같은 현상이 전자레인지 안에서 재현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방금 ‘타닥타닥’ 소리가 났죠? 이 소리는 어떤 현상과 비슷할까요?” “천둥이요.” “그럼 이 소리는 왜 날까요?” 질문이 조금 어려웠는지 대답하는 학생이 없자, 원 교사는 “공기가 순간적으로 팽창해 폭발하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이후 학생들은 플라스마 볼에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형광등을 갖다 대자 형광등이 빛나는 것도 관찰할 수 있었다.
“플라스마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나요?”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원 교사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평소 ‘자유탐구’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터라 학생들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원 교사의 안내에 따라 짧은 1시간 동안 ‘플라스마의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국립과천과학관(관장 이상희)은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현직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탐구학습의 날’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했다. 2007 개정교육과정으로 과학 교과에 도입된 ‘자유탐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구수정 연구사는 “이번 2학기에는 학교와 연계해 학급 또는 학년 단위로 자유탐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자유탐구를 하게 될 초5~6, 중2, 고1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별 장기 프로젝트’인 자유탐구 도입으로 학교와 ‘학교 밖’ 과학관과의 연계가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국립과천과학관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현직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탐구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진은 원영선 석호중 교사가 지난 18일 오후 과학관에서 ‘플라스마 방전판에 손을 대보면?’이란 주제로 자유탐구 학습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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