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의 초·중딩 글쓰기 홈스쿨
고경태의 초·중딩 글쓰기 홈스쿨 20 /
[난이도 수준-중2~고1] 거 참 문제다. 아니다. 것 참 문제다. 오늘의 메시지는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을 최악의 형식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것을 어찌할 것인가. 것을 남용하는 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것에서 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의존명사 ‘것’은 어떤 단어든지 집어삼켜 긴 명사로 뚝딱 변신시켜주는 도깨비방망이다. 산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아기를 낳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개념적이고 현학적인 냄새가 난다. ‘것’엔 글 쓴 사람을 우쭐하게 만드는 중독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퇴고할 때 ‘것’을 가장 먼저 청소한다. 남들과 대화할 때 버릇처럼 ‘것’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에도 불필요한 ‘것’이 침투한다. ‘것’은 괜히 글을 배배 꼬게 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면 이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령 이런 문장은 어떠한가. “공부를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면 ‘것’이 두번 중복되므로 하나는 ‘점’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오리라. “주의해야 할 것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이다. 아예 문장을 다 흔들어 “공부를 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쓰면 얼마나 단순명료한가. “갑자기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생각나는 것이다.…그런데 다른 로봇이 옆에 있는 것이다.…사실 내가 제일 많이 고민한 것은…나는 행복했을 것이고 바로 집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준석) “엄마는 방에 들어가 계셔서 내가 거실에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미국에 있던 것을 일본에도 똑같이 만든 것일 뿐이다.…그날 한 일은 가져온 게임기나 놀이하는 것으로 놀다가 창밖으로 구름을 보는 것이었다.…생각해보니 오빠는 멀미날 것 같다고 눈을 피했던 것 같다.”(은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생각났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생각나는 것이다”라고 썼다. “다른 로봇이 옆에 있었다”고 하면 될 걸 굳이 “옆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거실에 있는 줄 몰랐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거실에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고 한 문장 안에서 두번이나 ‘것’을 사용했다. 이런 화법은 일본어 ‘고토’(こと)의 영향이라고 한다. 일본어를 빨리 배우려면 무슨 말이든 ‘~하는 것’으로 명사화시켜주는 이 ‘고토’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한국말에서는 다르다. 고도는 기다려도(^^), 고토는 기다리지 않는 게 좋다. 글 쓰는 태도의 측면에서도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다음 두 가지만큼은 제발 자제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한 것 같다’이고 또 하나는 ‘~해야 할 것이다’이다. 두 화법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전자의 태도가 ‘쭈뼛쭈뼛’이라면 후자는 ‘주먹불끈’이다.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할 일이지, 왜 “좋은 것 같다”인가. “배고프다”고 하면 될 걸 왜 “배고픈 것 같다”고 하는가. “차가 막혀 좀 늦을 것 같다”는 정도는 용서가 된다. 근데 “난 너를 사랑하는 것 같다”를 용서할 수 있을까. 반면 ‘~해야 할 것이다’는 과다 확신이라 거부감을 준다. ‘~해야 한다’고 하면 되지, 왜 꼭 ‘할 것이다’냐는 거다. 왜? 안 하면 죽어? ‘~한 것 같다’처럼 자신 없어 하지도 말고 ‘~해야 할 것이다’처럼 확신을 부풀리지도 말자. 아무튼 중딩 준석과 초딩 은서에게 이렇게 소리 지르고 싶다. “야 이것들아! 이것저것 쓰지 좀 마!” 고경태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문 기자 k21@hani.co.kr ※ 아이들이 쓴 글을 포함한 이 글의 전문은 아하!한겨레(ahahan.co.kr)와 예스24 ‘채널예스’에서 볼 수 있다.
[난이도 수준-중2~고1] 거 참 문제다. 아니다. 것 참 문제다. 오늘의 메시지는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을 최악의 형식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것을 어찌할 것인가. 것을 남용하는 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것에서 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의존명사 ‘것’은 어떤 단어든지 집어삼켜 긴 명사로 뚝딱 변신시켜주는 도깨비방망이다. 산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아기를 낳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개념적이고 현학적인 냄새가 난다. ‘것’엔 글 쓴 사람을 우쭐하게 만드는 중독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퇴고할 때 ‘것’을 가장 먼저 청소한다. 남들과 대화할 때 버릇처럼 ‘것’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에도 불필요한 ‘것’이 침투한다. ‘것’은 괜히 글을 배배 꼬게 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면 이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령 이런 문장은 어떠한가. “공부를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면 ‘것’이 두번 중복되므로 하나는 ‘점’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오리라. “주의해야 할 것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이다. 아예 문장을 다 흔들어 “공부를 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쓰면 얼마나 단순명료한가. “갑자기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생각나는 것이다.…그런데 다른 로봇이 옆에 있는 것이다.…사실 내가 제일 많이 고민한 것은…나는 행복했을 것이고 바로 집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준석) “엄마는 방에 들어가 계셔서 내가 거실에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미국에 있던 것을 일본에도 똑같이 만든 것일 뿐이다.…그날 한 일은 가져온 게임기나 놀이하는 것으로 놀다가 창밖으로 구름을 보는 것이었다.…생각해보니 오빠는 멀미날 것 같다고 눈을 피했던 것 같다.”(은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생각났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생각나는 것이다”라고 썼다. “다른 로봇이 옆에 있었다”고 하면 될 걸 굳이 “옆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거실에 있는 줄 몰랐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거실에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고 한 문장 안에서 두번이나 ‘것’을 사용했다. 이런 화법은 일본어 ‘고토’(こと)의 영향이라고 한다. 일본어를 빨리 배우려면 무슨 말이든 ‘~하는 것’으로 명사화시켜주는 이 ‘고토’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한국말에서는 다르다. 고도는 기다려도(^^), 고토는 기다리지 않는 게 좋다. 글 쓰는 태도의 측면에서도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다음 두 가지만큼은 제발 자제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한 것 같다’이고 또 하나는 ‘~해야 할 것이다’이다. 두 화법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전자의 태도가 ‘쭈뼛쭈뼛’이라면 후자는 ‘주먹불끈’이다.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할 일이지, 왜 “좋은 것 같다”인가. “배고프다”고 하면 될 걸 왜 “배고픈 것 같다”고 하는가. “차가 막혀 좀 늦을 것 같다”는 정도는 용서가 된다. 근데 “난 너를 사랑하는 것 같다”를 용서할 수 있을까. 반면 ‘~해야 할 것이다’는 과다 확신이라 거부감을 준다. ‘~해야 한다’고 하면 되지, 왜 꼭 ‘할 것이다’냐는 거다. 왜? 안 하면 죽어? ‘~한 것 같다’처럼 자신 없어 하지도 말고 ‘~해야 할 것이다’처럼 확신을 부풀리지도 말자. 아무튼 중딩 준석과 초딩 은서에게 이렇게 소리 지르고 싶다. “야 이것들아! 이것저것 쓰지 좀 마!” 고경태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문 기자 k21@hani.co.kr ※ 아이들이 쓴 글을 포함한 이 글의 전문은 아하!한겨레(ahahan.co.kr)와 예스24 ‘채널예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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