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
평택기계공고 1학년 정미르군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전기기기나 전자부품 같은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하고 가장 가까운 물건들을 다루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택기계공고가 마이스터고로 바뀌었을 때 지원하기가 꺼려졌다. 사실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길 희망했지만, ‘내신성적이 높아졌다’, ‘포기하는 게 낫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마이스터고 진학을 접게 됐다. 근처의 전문계고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진로와 맞는 곳이 없었고, “입시 일정상 마이스터고에 떨어져도 다른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지원을 결정했다. 가정 환경을 고려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특별전형으로 입학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마이스터고 면접을 위해 수학, 영어 같은 주요 과목을 집중 지도했고, 할머니께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면접 당일, 6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로 모여들었다. 수학, 영어, 창의력 시험 등을 보고, 면접관 선생님들과 3 대 1로 면접을 하게 됐다. 면접관 선생님들은 이 학교에 지원한 이유나 취미 등을 물어보지 않았다. 창의력 시험 때 내가 상상해 낸 발명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적을 동성애자로 만들어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이 폭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그와 비슷한 ‘게이 총알’을 생각해 냈다. 적의 중요 인물 하나만 전투력을 떨어뜨리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막고 평화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간 발명품이었다. 면접관 선생님들은 이런 나의 기발한 생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심층 면접 다음으로 실습 시험이 있었다. 그런데 방심한 탓이었는지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떤 기판에 납땜을 하는 시험이었는데 기판을 뒤집어서 납땜을 한 것이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불합격’, ‘포기’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며칠 뒤 밤늦게 다른 과에 지원한 반 친구가 전화를 했다. 지금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자기도 합격하고 나도 합격했으니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확인해 보니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과 성취감이 마음속에 일렁였다. 그리고 마이스터고를 추천해 준 담임 선생님, 입시생이 아닌 입시생이 되었던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다.
이제 마이스터 평택기계공고 학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어느 학교 다니냐?”고 물으면 “평택마이스터고에 다녀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으레 “마이스터고가 어디니?”라고 되묻는다. 다시 “기계공고가 마이스터고로 바뀌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항상 “아~기계공고…” 하면서 뭔가 실망했다는 말투다. 전문계고에 대한 편견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수업들,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 자신의 꿈을 위해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마이스터고 1기생으로서의 내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마이스터고가 내걸고 있는 전문 기술인이 바로 내 꿈이다. 그 시작점에 내가 서 있고 꼭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평택기계공고 1학년 정미르군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전기기기나 전자부품 같은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하고 가장 가까운 물건들을 다루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택기계공고가 마이스터고로 바뀌었을 때 지원하기가 꺼려졌다. 사실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길 희망했지만, ‘내신성적이 높아졌다’, ‘포기하는 게 낫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마이스터고 진학을 접게 됐다. 근처의 전문계고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진로와 맞는 곳이 없었고, “입시 일정상 마이스터고에 떨어져도 다른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지원을 결정했다. 가정 환경을 고려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특별전형으로 입학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마이스터고 면접을 위해 수학, 영어 같은 주요 과목을 집중 지도했고, 할머니께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면접 당일, 6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로 모여들었다. 수학, 영어, 창의력 시험 등을 보고, 면접관 선생님들과 3 대 1로 면접을 하게 됐다. 면접관 선생님들은 이 학교에 지원한 이유나 취미 등을 물어보지 않았다. 창의력 시험 때 내가 상상해 낸 발명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적을 동성애자로 만들어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이 폭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그와 비슷한 ‘게이 총알’을 생각해 냈다. 적의 중요 인물 하나만 전투력을 떨어뜨리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막고 평화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간 발명품이었다. 면접관 선생님들은 이런 나의 기발한 생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심층 면접 다음으로 실습 시험이 있었다. 그런데 방심한 탓이었는지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떤 기판에 납땜을 하는 시험이었는데 기판을 뒤집어서 납땜을 한 것이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불합격’, ‘포기’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평택기계공고 1학년 정미르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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