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은 금물…구체적인 ‘정보 수집’이 필수

상담 사이트·온라인 동호회 등 활용
심리 검사 뒤 ‘적성 표’ 만들어 비교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상담을 의뢰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나이에 비해 확고한 직업목표를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 가운데 의사가 목표인 중3 학생에게 “의사 중에서도 어떤 과 의사를 하고 싶니?”라고 묻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평소 텔레비전에서 본 내과의사나 외과의사 같은 한정적인 직업정보만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찾아본 적이 있니?”라고 물어도 그저 “전문적인 일을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막연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처럼 막연한 동경이나 주변의 기대와 같은 구체적이지 못한 기준만을 가지고 학과 및 직업 선택을 했을 때 많은 경우 이상과 실제와의 괴리 때문에 학과 선택을 후회하거나 적응에 실패하게 된다. 이는 직업흥미, 적성, 성격, 가치관 등 자신에 대한 분석이 선행됐다 하더라도, 직업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개인의 특성과 직업의 특성을 적절하게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직업사전에 수록된 직업만 해도 1만6000여개에 이른다. 수많은 직업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적절히 선택하기 위해선 자신의 흥미·적성과 일치하는 직업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래의 다양한 직업정보 탐색방법은 인터넷 활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첫째, 진로·직업상담 사이트를 활용하라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이나 직업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진로 및 직업 관련 사이트, 진학 사이트를 활용하면 직접 사이버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표 참조). 또 자세한 직업정보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직업에 필요한 흥미, 성격, 능력 등의 개인적인 특성, 평균임금, 관련 전공 및 자격증, 직업전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사이트들은 객관적인 통계조사에 따라 수집된 정보들이므로 신뢰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둘째,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직업인의 누리집이나 인터뷰 기사를 찾아라

관련 분야 내용들을 검색하다 보면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 직업인들이 자신의 성공담이나 관련 분야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누리집을 운영하거나 단행본으로 책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모델로 삼아 나에게 적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씨제이(CJ)인재원에서 ‘진로탐색을 위한 직업 멘토링 행사’가 열려 지역공부방 학생들이 사서로부터 직업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셋째, 희망직업 관련 협회 누리집을 찾아라

희망직업과 관련한 협회의 누리집을 찾아보면 그 직업에 필요한 기본정보, 교육과정, 자격증 등의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참고할 만한 유용한 사이트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자료를 찾다 보면 방대한 양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넷째, 검색엔진을 활용하라

국내의 수많은 누리꾼들이 모여서 많은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 바로 포털 검색엔진 사이트이다. 그중에는 특정학과를 전공하는 대학생, 현직 직업인 등이 자세한 답변을 올려주기 때문에 상세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된다. 단, 익명의 사람들이 올리는 정보이기 때문에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가려서 탐색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온라인 동호회를 활용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온라인 동호회나 카페를 찾아보면 내가 원하는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주는 곳들이 매우 많다. 온라인 동호회에서는 실제로 그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그 직업을 갖고자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생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단, 홍보나 광고성의 글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방법을 통해 직업정보를 탐색한 이후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심리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한 자신의 흥미, 적성, 성격 등 자신의 특성을 목록 또는 표를 활용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보자. 그다음엔 자신이 탐색한 직업정보 자료도 목록이나 표로 만들어 보자. 그러고 나서 흥미, 적성, 성격, 평균임금, 직업전망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해 자신의 특성과 직업의 특성을 서로서로 비교하면서 본인의 특성과 일치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직업을 중심으로 직업 선택의 범위를 좁혀나가 보자. 그러면 수많은 직업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직업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 과정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부모, 담임교사, 진로상담교사 등의 꾸준한 지도가 필요하다.

고정민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