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함께하는 교육] 우리말 논술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난이도 수준-고2~고3]
3. 세로토닌하라! - 도박중독? 바보야, 문제는 경제중독이야! 석유재벌 폴 게티에게 기자가 물었다. “얼마나 더 벌었으면 좋겠습니까?” 폴 게티는 이렇게 답했단다. “글쎄, 얼마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확실한 건 아직 모자란다는 겁니다.” 반면 독일의 작가 헤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은 작은 새처럼 붙들어 두어야 한다. 부드럽게 살짝. 새는 자기가 자유롭다고 느끼면 기꺼이 그 손안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두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슴에 다가오는가? 아마도 폴 게티에게 마음이 가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꿈을 크게 가지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치열한 경쟁과 무한 성장은 대한민국의 특징처럼 되어버렸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본받자는 소리도 들린다. 우쭐해진다. 우리는 얼마든지 더 뛸 수 있고 더욱 위대해질 듯싶다. 하지만 영혼 한구석에는 다른 물음도 고개를 든다. “잘살게 돼서 우리는 행복해졌던가? 앞으로 더 성공하고 부자가 되면 그때는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곳곳에서 삶이 신산스럽다며 아우성이다. 치솟는 이혼율과 자살률, 실업 등등, 주변에 어깨 처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고 외친다. 고지(高地)가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세로토닌하라!>는 의미 깊은 책이다. 지은이는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다. 그는 의사답게 뇌 안의 물질로 우리 시대를 진단한다. 그는 두뇌의 주된 전달 물질로 엔도르핀(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을 꼽는다. 엔도르핀은 ‘뇌 안의 모르핀’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천연 마약’이라 할 만하다. 성공을 거두었을 때 두뇌에는 엔도르핀이 가득하다. 이 느낌 덕분에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견디어 낼 수 있다. 고비를 넘기고 결실을 얻으면 강렬한 쾌감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도르핀에는 중독성이 있다. 갈수록 더 세고 강렬한 즐거움을 바라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금단 증상까지 있다. 오랫동안 엔도르핀을 맛보지 못하면 우울함이 몰려든다. 엔도르핀에는 ‘충분한’ 양이란 없다. 그래서 만족을 모르고 항상 더 세고 큰 쾌감을 바라게 된다.
이시형 박사는 대한민국을 ‘도파민·엔도르핀’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진단한다. 우리는 항상 목표를 찾아 치열하게 달려간다. ‘습관성 경쟁 강박증’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성취감과 뿌듯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달뜬 감정이 가라앉으면 이내 또 큰 성공을 바라게 된다. 그래서 항상 목표를 찾아내어 정신없이 매달린다. 왜 다투는지도 모르면서 정상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꼴이다. 자기 앞에 끼어드는 차에도 자존심이 상할 만큼, 경쟁은 우리 속에 뿌리내렸다.
물론, 경제 발전을 이끄는 데는 도파민·엔도르핀의 문화가 바람직했다. 엔도르핀을 좇는 사회는 활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고3 교실 같은 분위기에서 평생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엔도르핀이 지배하는 곳에서 최후 승자란 없다. 결국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결론은 우울함과 패배감으로 맺어질 뿐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노르아드레날린을 권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노르아드레날린은 흥분을 불러오는 물질이다. 위기감을 느끼게 하여 집중력을 높여주고, 심장이 뛰고 힘줄이 솟구쳐 오르게 한다. 줄타듯 하는 경제 상황, 우리에게는 늘 노르아드레날린이 넘쳐난다. 흥분된 마음에는 편안한 상태가 되레 불안하다.
발전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은 날뛰는 가슴을 다잡아줄 고삐마저 풀어버렸다. 손안에 온갖 기기(器機)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자극적인 소일거리들을 풀어놓는다.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물질은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이 다 떨어진 마라톤 선수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넘쳐나는 자극 속에 있는 우리 모습이 마라톤 선수들보다 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우리에게 ‘세로토닌’은 희망을 준다. 세로토닌은 균형을 잡아주는 물질이다. 넘쳐나는 노르아드레날린을 눌러주며 감정을 다독인다. 이성적인 생각을 맡는 앞쪽 두뇌를 활발하게 움직이게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게 만든다. 세로토닌이 넘치는 사람은 정감과 생기가 넘친다. 세로토닌이 지배하는 세상은 성숙한 사회라 할 만하다.
이시형 박사는 우리의 가장 큰 문제로 폭력과 도박성을 꼽는다. 그러나 노르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판치는 사회에서 폭력과 도박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 아닐까? 흥분한 두뇌는 주먹을 앞세우는 법이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놀음판에는 엔도르핀과 노르아드레날린을 부르는 모든 상황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성공과 실패가 널뛰는 상황, 우리 몸의 신경세포는 흥분으로 부르르 떤다. 짜릿한 성공 뒤에는 더 큰 판이 기다리고 있다.
어찌 보면 경제 성장도 도박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다. 위험부담이 클 때 성공은 더 짜릿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 부담을 무릅쓰고 더 큰 성장에 ‘베팅’한다. 물론 성공 경험은 더 큰 노력과 성과를 부른다. 하지만 도박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결국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영원히 앞서가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는 누구나 지쳐 쓰러질 테다.
기분 좋은 수준에서 멈출 줄 안다면 도박도 건전한 ‘게임’이 되곤 한다. 카지노에 간다고 모두 노름꾼은 아니지 않던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시점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숨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세로토닌은 들뜬 상황에서 빠져나와 걷기 시작할 때 몸에 퍼져나간단다. 우리에게는 ‘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기 연예인의 해외도박 사건으로 시끄러운 요즘이다. 손가락질하기는 쉽지만 반성하기는 어렵다. 모두가 취해 있는 가운데 혼자 깨어 있기는 어렵다. 그를 비판하기 전에, 엔도르핀과 노르아드레날린에 휘둘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3. 세로토닌하라! - 도박중독? 바보야, 문제는 경제중독이야! 석유재벌 폴 게티에게 기자가 물었다. “얼마나 더 벌었으면 좋겠습니까?” 폴 게티는 이렇게 답했단다. “글쎄, 얼마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확실한 건 아직 모자란다는 겁니다.” 반면 독일의 작가 헤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은 작은 새처럼 붙들어 두어야 한다. 부드럽게 살짝. 새는 자기가 자유롭다고 느끼면 기꺼이 그 손안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두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슴에 다가오는가? 아마도 폴 게티에게 마음이 가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꿈을 크게 가지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치열한 경쟁과 무한 성장은 대한민국의 특징처럼 되어버렸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본받자는 소리도 들린다. 우쭐해진다. 우리는 얼마든지 더 뛸 수 있고 더욱 위대해질 듯싶다. 하지만 영혼 한구석에는 다른 물음도 고개를 든다. “잘살게 돼서 우리는 행복해졌던가? 앞으로 더 성공하고 부자가 되면 그때는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곳곳에서 삶이 신산스럽다며 아우성이다. 치솟는 이혼율과 자살률, 실업 등등, 주변에 어깨 처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고 외친다. 고지(高地)가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세로토닌하라!>는 의미 깊은 책이다. 지은이는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다. 그는 의사답게 뇌 안의 물질로 우리 시대를 진단한다. 그는 두뇌의 주된 전달 물질로 엔도르핀(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을 꼽는다. 엔도르핀은 ‘뇌 안의 모르핀’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천연 마약’이라 할 만하다. 성공을 거두었을 때 두뇌에는 엔도르핀이 가득하다. 이 느낌 덕분에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견디어 낼 수 있다. 고비를 넘기고 결실을 얻으면 강렬한 쾌감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도르핀에는 중독성이 있다. 갈수록 더 세고 강렬한 즐거움을 바라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금단 증상까지 있다. 오랫동안 엔도르핀을 맛보지 못하면 우울함이 몰려든다. 엔도르핀에는 ‘충분한’ 양이란 없다. 그래서 만족을 모르고 항상 더 세고 큰 쾌감을 바라게 된다.
〈세라토닌하라!〉이시형 지음/중앙북스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