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통통! 학습법
[함께하는 교육] 3인의 멘토를 만나다 /
수원중3 김민희양
특성화고 가도 될까요
전문계고 명칭이 바뀐 것
대학 선택 폭 좁아질 우려 컴퓨터 보안 전문가 꿈
지금은 장래희망 탐색 시기
구체적 직업 정보 더 검색을 계획해서 공부한 적 없어
잠들기 전 다음날 준비 습관
실력좋은 친구 가까이 해야
고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중3. 학생들은 여러 갈림길 가운데서 고민한다. 10월 ‘3인의 멘토를 만나다’(이하 ‘3인의 멘토’)에 신청서를 보낸 김민희(수원중 3년·사진 왼쪽 둘째)양도 마찬가지였다. 선택의 시간을 코앞에 둔 김양의 가장 큰 고민은 컴퓨터 보안 전문가란 꿈을 이루기 위해 일반고와 특성화고 가운데 어떤 학교로 진학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학습법, 진로 부분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스스로 공부계획표를 세워 공부한 적이 없어요. 산만한 거 같고…. 진짜 컴퓨터 보안 전문가가 되고 싶은 건가도 잘 모르겠구요.”(김민희양) 지난 10월12일 김양과 어머니 이용순씨는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오른쪽 둘째,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맨 왼쪽)를 만나 이 고민들을 털어놨다.
“특성화고 한 군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컴퓨터 관련 공부도 할 수 있고, 기숙사도 있어 좋을 거 같아요.” 미리 전화로 취재했을 때 김양의 목표는 매우 뚜렷했다. 하지만 멘토 상담 전주 주말, 진학을 염두에 뒀던 학교의 입학설명회에 다녀온 김양과 이씨는 실망한 눈치였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던데요. 2학년 때부터 전문적으로 직업탐구 영역을 공부하는데 특별전형으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이는 일반고와 특성화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러 학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유성룡 실장은 “특성화고 이름이 새롭게 들려서 민희처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성화고는 예전의 전문계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명칭이 바뀌다 보니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막연히 색다르게 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특성화고에 가면 수능 직업탐구 영역을 봐야 유리한데 직업탐구 영역으로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제한돼 있어요. 전문계고 특별전형이 있긴 하지만 상위권 대학은 많이 안 뽑죠. 직업탐구 영역을 반영하는 곳이 없으니 특성화고 아이들은 사탐, 과탐을 따로 공부합니다. 커리큘럼 자체가 2학년 때부터는 전문 교과를 배우고, 자격증을 많이 따게 하는데 그러다 보면 국·영·수 공부가 쉽지 않죠.” 사실 김양이 꼭 맞는 학교로 정한 이유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란 꿈을 실현하기 좋을 거 같아서”였다. 하지만 유 실장은 “학생부를 보면 꿈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그 점을 잘 봤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뭐든지 좋아 보일 겁니다. 근데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반계고 가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간 다음, 더 구체적인 분야를 정할 수도 있잖아요. 특성화고에 가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데 기왕이면 선택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김양은 또래 학생들과 비교할 때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었고, 그 분야는 적성, 흥미와 잘 맞았다. 직업흥미검사 결과는 탐구형, 진취형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고정민씨는 “탐구형은 지적이고, 호기심이 많다”며 “어떤 문제를 보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걸 좋아하고, 문제해결을 했을 때 뿌듯함을 느끼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분야 가운데서도 보안 쪽은 왜 문제가 일어났는지를 찾아서 문제해결을 하는 거니까 탐구형과 잘 맞아떨어져요. 거기다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니까 진취적인 면도 있어야죠.” 문제는 이 일에 대해 막연한 지식만을 갖고 있다는 거였다. 김양은 평소 컴퓨터 사용 습관과 꿈에 대한 관심 정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넷을 매일 2시간 정도 해요. ‘쭉빵닷컴’ 등 재미있는 카페 들어가서 글 읽어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죠. 보안 전문가요? 사실 자세히는 몰라요.” 고씨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가 하는 일이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일이긴 하지만 단순히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컴퓨터 공학 지식을 이용해 문제해결을 하는 일이거든요. 막연히 컴퓨터가 좋아서 이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하지 말고,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았으면 합니다. 인터넷을 좋아하니까 직업 관련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두고 정기적으로 직업 검색을 해보세요. 요즘은 직업인 인터뷰도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나오거든요. 그 직업이 나한테 맞는지를 판단해보고 범위를 좁혀보는 거죠.”
고씨는 김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갖는 진로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지적했다. “사실 민희의 경우는 장래희망이 뚜렷한 편인데 많은 학생들이 장래희망이 없어요. 꿈이 없는 걸 공부 안 하는 핑계로도 삼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어떤 직업명이 장래희망으로 딱 나와야지만 그걸 목표로 공부할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아직은 충분히 탐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방과후엔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한다.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며 숙제를 하다가 잠들 때도 있다. 김양의 방과후는 이렇게 계획 없이 흘러가곤 했다. 어머니 이씨는 “우리 부부가 민희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가게를 했기 때문에 주중이나 주말이나 혼자 있는 일이 많았는데 계획적으로 생활하지 못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숙제를 못 해놓고 다음날 아침에 허둥지둥 나가는 일도 많아요. 사실 중학교 들어와선 영재반이라고 하는 심화반에도 들었는데 연예인한테 빠져서 성적이 떨어지더라구요. 연예인이 출연한 방송을 캡처 받아두는 열정이면 공부를 엄청 하고도 남겠던데요. 학원을 가면 성적이 확 오르긴 하는데 안 가면 또 떨어지는 것도 문제구요.” 김양은 “지금까지 공부계획표를 스스로 세워본 적이 없다”며 “공부가 싫은 건 아닌데 시험 때 되면 독서실 잠깐 끊어 벼락치기를 하고 만다”고 했다. 하지만 학원을 안 다니고 계획 없이 공부했음에도 성적은 꽤 잘 나온 편이었다.
이지은씨는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민희는 한번 보고, 뚝딱 맞히는 재치, 그러니까 순발력이 선천적으로 있는 것 같다”며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기본이 돼 있다”고 했다. “1시간 이상 멘토 선생님들이 쉽지 않은 얘기를 했는데도 집중하는 태도가 보여요. 머리를 만지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하지 않았죠. 근데 지금 이런 집중력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한테만 쏟을 수 있는 상황일 겁니다.(웃음) 이 집중력을 공부할 때 발휘하면 좋은데 시험에 닥쳐서만 발휘하죠.” 집중력은 좋으나 계획 없이 공부한다는 고민에 대한 이씨의 해법은 “일부러 공부계획을 세우진 말라”는 거였다. “계획 세워서 이렇게 하자고 해도 안 되는 스타일이니까 억지로는 하진 말았으면 해요.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의식하지 못한 채 잠이 드는 건 좋지 않다는 겁니다. 잠은 의식적으로 자야 해요. 자기 전에는 반드시 책가방을 싸세요. 교복도 걸어놓구요. 공부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내일을 생각하게 하고, 숙제를 생각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이 새벽 1시인데 내일 숙제가 있단 게 방금 생각났다고 해요. 그렇다면 내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엄마가 밥을 하기 전에 숙제를 하고 가겠다는 생각만이라도 하세요. 그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 당장 인터넷을 1시간으로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비현실적이죠. 공부 욕심이 생기면 인터넷 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지금 시점에선 서서히 자기관리 습관을 들이세요. 피곤해서 그냥 잠든 날이 있다면 체크를 해 두세요. 일주일에 한번 아니면 2주일에 한번 정도로 줄여야 해요.”
김양은 인터넷 위주로 글읽기 습관을 들이고 있었다. 이씨가 “종이책은 얼마나 읽느냐?”고 하자 “최근에 좋아하는 추리소설 몇 편을 봤을 뿐 글이라고 하면 거의 인터넷에 올라온 것 위주로 본다”고 했다. 이씨는 “추리소설이라서 부모님 입장에선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히 학습과 연관된 책이 아니라도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계속해서 읽으면서 인터넷 화면에 익숙해진 읽기 감각을 종이책을 읽는 감각으로 옮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려면 일단 활자화된 글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인터넷 화면에 익숙해지면 그게 어렵죠. 좋아하는 분야의 책부터 많이 보세요.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하면 알이 배듯이 처음에는 피로감이 오겠지만 점점 나아질 겁니다. 민희처럼 호기심, 탐구욕이 있는 친구들은 작가, 주제, 장르 등을 정해두고 그 분야를 탐독해보면 좋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호기심 많은 민희 성격상 자신을 항상 좋은 집단 속에 넣어뒀으면 좋겠다”며 “혼자 공부하지 말고, 나보다 실력 좋은 집단에 나를 넣어두고 그들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 경계심을 느끼며 공부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양을 포함해 다른 중학생들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까지 공부계획표를 세워본 적 없음’이라고 했는데 사실 모든 중학생들이 계획 없이 되는대로 공부합니다. 그걸 굉장한 열등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전문계고 명칭이 바뀐 것
대학 선택 폭 좁아질 우려 컴퓨터 보안 전문가 꿈
지금은 장래희망 탐색 시기
구체적 직업 정보 더 검색을 계획해서 공부한 적 없어
잠들기 전 다음날 준비 습관
실력좋은 친구 가까이 해야
고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중3. 학생들은 여러 갈림길 가운데서 고민한다. 10월 ‘3인의 멘토를 만나다’(이하 ‘3인의 멘토’)에 신청서를 보낸 김민희(수원중 3년·사진 왼쪽 둘째)양도 마찬가지였다. 선택의 시간을 코앞에 둔 김양의 가장 큰 고민은 컴퓨터 보안 전문가란 꿈을 이루기 위해 일반고와 특성화고 가운데 어떤 학교로 진학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학습법, 진로 부분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스스로 공부계획표를 세워 공부한 적이 없어요. 산만한 거 같고…. 진짜 컴퓨터 보안 전문가가 되고 싶은 건가도 잘 모르겠구요.”(김민희양) 지난 10월12일 김양과 어머니 이용순씨는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오른쪽 둘째,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맨 왼쪽)를 만나 이 고민들을 털어놨다.
지난 10월12일 김민의양(수원중 3년·사진 왼쪽 둘째)과 어머니 이용순씨는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오른쪽 둘째,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맨 왼쪽)를 만나 이 고민들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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