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논술형은 ‘벼락치기’ 안된다

등록 2010-11-29 10:04수정 2015-05-26 15:04

[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

‘종합사고능력’ 평가 도구
적어도 3년이상 노력해야
25. 채점 기준 (서술형)

26. 논술형 대비는 3년 이상의 프로젝트다

27. 논증법 (상)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논술고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한번 높아졌다. 수능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논술시험을 짧은 기간에 대비하게 해준다는 학원에 수험생들이 몰려드는 현상도 늘고 있다. 이런 단기 속성 사교육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하나 있다. 우는 아이들이 뜻밖에 많다는 점이다. 고3이면 다 큰 아이들인데 왜 울기까지 하는 걸까. 어느 정도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글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술시험에서 요구하는 글은 ‘긴 글’이다. 서술형처럼 짧은 글쓰기는 어느 정도 단기간에 대비할 수 있는 데 비해 논술형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준비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논술형 시험을 보는 목적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논술은 종합사고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다. 글쓰기는 사고형성 기능과 관련이 있다. 즉, 글쓰기는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식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얘기다.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문장을 이어가는 행위인 동시에 어떤 생각을 연속적으로 표현하고 구성하는 행위라는 점을 기억해보면 알 수 있다. 글쓰기는 생각 쓰기인 셈이다.

말을 하면서도 생각을 해야 하지만,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말을 할 때 하는 생각보다 더 차원이 높은 생각을 해야 한다. 말이 즉흥적인 생각의 분출인 경우가 많은 데 비해, 긴 글은 짜임새 있고 자기완결적인 구성을 갖춘 생각의 완성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논리적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을 평가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도구가 ‘상당한 분량의 논리적 글’이라는 결론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진 상태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 대학들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긴 글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이유도 논술이 지닌 이런 특성들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논술시험 결과를 승진 과정에서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논술을 잘 쓰는 능력이 대학 입학은 물론이고 대학 생활과 대학 이후의 사회생활에서도 요구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일이다.

내신시험에서 치러지는 논술형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긴 글 쓰기’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 꾸준히 일상적으로 준비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광범위한 독서를 통해 읽기와 생각하기를 습관화하고 이를 글쓰기로 연결하는 노력이 꾸준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중학교 논술형 내신시험을 잘 치르려면 초등학교 시절을 잘 보내야 하고, 고등학교 논술형 내신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중학교 시절을 잘 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대입 논술고사 대비도 마찬가지 이치에 따라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논리적인 긴 글을 제대로 쓰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기억할 일이다. 원고지 매수로 계산한다면 1년에 200자 원고지 한 장 또는 한 장 반 정도를 쓰는 능력을 기른다고 생각하면 적당하다. 원고지 10장 가까이를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안팎의 남다른 지적 활동이 필요한 셈이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부모들이 흔히 하는 다음과 같은 말과 관련이 있다. “우리 아이는 글쓰기 솜씨가 없어서 그렇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부모들이 실용적 글쓰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학적 글쓰기를 잘하려면 좋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소설가나 시인의 피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유전자가 포함돼 있다. 태어날 때부터의 자질이나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적 형상화 능력은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베껴 쓴다고 생겨나지는 않는다.

논술과 같은 실용적 글쓰기 영역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누구라도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실용적 글쓰기를 두고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지,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imcs@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