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요구하는 ‘조건’ 이해부터

[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

하나의 문장·글자수 제한 등
질문에 맞는 해답 찾아내야

22. 문제를 파악하는 힘 (상)

23. 문제를 파악하는 힘 (중)

24. 문제를 파악하는 힘 (하)

서술형 문제의 비중이 높아진 이후 시험성적이 갑자기 낮아진 학생들의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보다 보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뜻밖에 많다.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요구하는 특정한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내용이 비슷한 답안을 썼다가 틀린 답안으로 처리되는 때가 많다. 예를 들면 한 문장으로 쓰라고 한 것을 두 문장으로 쓰거나 문장을 끝내지 않고 어구로 완성한 때는 오답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서술형 문제에 대한 채점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를 내는 교사들이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는 채점의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답안 구성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해당 교육 내용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서술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문제의 조건을 분명히 알고 그 조건에 맞는 해답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다음은 <서술형 평가 장학 자료집>에 나오는 국어 서술형 문제의 제시문이다. 이를 통해 문제의 조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우리나라를 크게 북부 지방, 중부 지방, 남부 지방으로 나누어 보고, 각각에 어떤 지역들이 포함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들 모두 잘 기억하고 있죠? 이번 시간에는 그중 중부 지방이 한반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해 온 배경을 공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자, 여러분. 선생님이 아주 쉬운 질문을 해 볼게요. 우리나라의 수도는 어디죠? 맞아요. 서울이에요. 그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지요? 네, 역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지요. 그런데 이 지역은 우리나라의 중부 지방에 속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중심지는 바로 중부 지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부 지방이 이처럼 한반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선생님은 이것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첫번째로 위치적 측면인데요. 위치적으로 ‘중부 지방이 우리나라의 중앙에 있다’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가운데 있으면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과 물자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겠죠. 따라서 국가의 중심 기능이 가운데에 몰릴 수 있었던 겁니다. 이해되지요? 두 번째는 역사적 측면입니다. 삼국 시대 때부터 중부 지방을 차지하는 나라가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이 제시문을 읽고 풀어야 할 문제는 “위의 말하기를 듣는 상황과 일상적인 대화를 들을 때 유의할 점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여 서술하시오.[10점]”이다. 여기에 문제의 ‘조건’이 달린다. “<조건> 1. ‘일상 대화’라는 말로 시작할 것 2. 하나의 문장으로 서술하되 어법에 맞도록 쓸 것.”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일상 대화’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한 문장을 답안으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제처럼 문장의 첫 단어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문장 안에 특정한 단어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문제도 있다.

예시답안으로 제시된 다음의 3개 문장을 보면, 모두 문제의 조건을 지켜서 쓴 문장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1. 일상 대화에서는 들을 때 메모를 할 필요가 별로 없지만, 수업 상황에서는 특정한 의식이나 정보가 전달이 되므로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면서 들어야 한다. 2. 일상 대화에서는 이전에 나눈 대화와의 관련성이 크지 않지만, 교과 수업은 이전 수업과의 관련성이 크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들어야 한다. 3. 일상 대화를 들을 때보다 수업을 들을 때에는 예고나 강조, 요약과 같은 담화 표지가 많이 사용되므로 이에 유의하며 들어야 한다.

이밖에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라’, ‘반대되는 사례를 포함해 설명하라’ 등 구체적인 사례를 찾으라고 요구하는 조건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용에 들어맞는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문장의 개수로 분량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글자 수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문제도 있다. “띄어쓰기를 포함해서 100±20자 내외로 쓰라”는 식이다.

김창석 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