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글 속 ‘주장·근거’ 찾기

[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근거는 3가지 이상씩 대야
입체적 사고력 기를 수 있어

(19) 논리의 기초 (상)

(20) 논리의 기초 (중)

(21) 논리의 기초 (하)

직전 글(‘논리의 기초’-상)에서 ‘왜’라는 질문을 일상생활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하도록 해야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논리적 사고의 필수 요소가 ‘주장하기’와 ‘근거 대기’이기 때문이다. ‘~해야 한다’라는 주장과 ‘왜?’라는 근거의 연관관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가 길러진다는 게 지금까지 이뤄진 인지심리학적 연구의 결론이다.

다양한 글을 훑어보면서 각각의 글에 등장하는 주장과 근거를 세밀히 찾아보는 게임을 하면 자연스럽게 논리력을 높일 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교과서에서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디지털 중독’에 관한 중학교 <논술> 교과서의 글을 보자.

“요즘 청소년들의 디지털 중독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컴퓨터, 휴대폰, MP3 등의 활용에 있어서 성인들은 필요에 의해 제한된 사용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은 오락의 차원을 넘어 중독에까지 이르고 있다.

한 가정에서도 컴퓨터 사용시간 제한을 두고 부자지간에 의견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아버지는 하루에 2시간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아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논쟁이 일어났다.

요즘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있으니 우리 가정에서도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고 아버지가 주장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컴퓨터 활용에 대한 아버지의 잘못된 편견과 컴퓨터의 장점에 대해서 편지를 써서 아버지께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의 주장을 요약하면 ‘우리 집에서의 컴퓨터 사용을 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근거를 보면 ‘청소년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성인들은 컴퓨터 등을 사용하는 데 필요에 따라 제한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오락의 수준을 넘어서 중독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에’ 등으로 요약된다.

아버지의 주장과 근거를 정리해본 다음에는 아들의 처지에서 아버지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쓰도록 한다. 아들의 처지에서 쓰는 글 역시 주장과 함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함께 정리하도록 유도한다.

아들의 주장은 ‘컴퓨터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자는 아버지의 주장은 컴퓨터 활용에 대한 아버지의 잘못된 편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중독성이 강한 컴퓨터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닌 점 △컴퓨터로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면 긍정적인 지적 활동의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점 △컴퓨터 게임을 하는 청소년 모두가 중독의 상태로 빠지는 것이 아니며 청소년들도 어른들처럼 중독의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 △적당한 컴퓨터 게임이 오락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삶의 일정한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근거를 댈 때는 한두 가지의 근거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보다는 3개 이상의 근거를 찾아서 개별 근거의 내용을 자세히 정리하는 게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 데 좋다. 그렇게 해야 ‘예, 아니오’로 이분화되어 있는 단순한 사고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하고 입체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세상의 사물들은 모두 내적으로 연관돼 있는데 그 연관성을 보다 자세하고 깊게 파악하는 이도 있고, 간단하고 얕게 파악하는 이도 있다. 많은 연관관계를 파악하다 보면 몇개를 하나로 모아서 범주화해야 할 때도 있고, 중요도에 따라서 피라미드식으로 구조화해야 할 때도 있다. 내용별로 재분류하거나 피라미드화하는 방식은 많은 전문가들이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생각을 재구조화할 때는 글이 아닌 그림이나 시각물을 활용하면 좋다. 벤다이어그램, 표, 피라미드 구조도 등은 병렬적으로 나열돼 있던 생각과 생각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논리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