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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부보단 ‘꿈과 목표’를 키워주는 학교 진학

등록 2011-01-24 09:05

고등학교 진학수기
고등학교 진학수기
[함께하는 교육] 고등학교 진학수기 /
푸른꿈고 1학년 황연웅군

중학교 때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생명을 살리고 도와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꿈이자 목표였다. 그래서 수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새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고등학교에 가야 했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중학교 때처럼 다시 공부해야 했다. 솔직히 겁이 났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다 공부하기에 분위기에 휩쓸려 공부하는 듯했다.

사실 수의사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책과 텔레비전을 통해 얻은 게 다였다. 그러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고등학교는 공부 잘하는 고등학교, 공부 조금하는 고등학교, 그리고 공부 못하는 고등학교였다. 학생들의 공부 실력에 관심 있는 학교는 많았지만 꿈이나 목표에 관심 있는 학교는 없었다.

푸른꿈고 1학년 황연웅군
푸른꿈고 1학년 황연웅군

그러던 가운데 푸른꿈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에 대해 알게 됐다. 이 학교의 교육 이념은 ‘자연을 닮은 사람’이었다.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학교는 실제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에 있었고 학교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개울이 있었다. 학교를 처음 찾아갔을 때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남은 음식을 학교에서 키우는 돼지에게 주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 학교엔 내가 원했던 것이 있었다. 자유였다. 학생들이 나무 아래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이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난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 준비해야 했던 건 시험 성적이 아니었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선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글과 면접을 보고 학생을 뽑았다. 면접을 보셨던 선생님들은 학교 문제에 대한 대처 방법이나 학교에 대해, 나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마침내 푸른꿈고등학교에 다니게 됐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됐다. 학생들은 각자 개성이 있고 색이 있는 듯했다. 방과후에 뮤지컬을 연습하는 학생, 기타를 하루 종일 치는 학생, 차를 만들어 끓여 마시는 학생, 기숙사에서 식물을 키우는 학생, 도자기를 만드는 학생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학교는 마치 작은 사회와 비슷했다.

학교는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학생 스스로 무언가를 얻고자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일반학교에서 지식을 전하는 수단이 교과서와 펜이라면 푸른꿈고에서 지식을 전하는 수단은 대화였다. 학교의 수업이 토론식으로 이루어진 수업도 있으며 푸른꿈 공동체 시간과 노작시간이란 수업은 학생들에게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또 학생 총회와 식구 총회라는 학생들끼리 또는 선생님과 학부모님과 같이 학교에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 또한 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 생명을 위해 살고 경험하고 싶다며 들어온 나는 학교에서 닭을 키우며 나온 달걀을 급식실에 팔기도 하고 학교에 있는 풀을 베어 토끼들에게 주면서 토끼를 키우고 있다. 이 학교에 대해 어떠한 학교라곤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따라 학교 수준의 높고 낮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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