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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머니’라는 이름의 거름을 통해 성장하다

등록 2011-01-31 09:41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송제훈 옮김/연암서가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송제훈 옮김/연암서가
[함께하는 교육] 우리말 논술 /

중학진로독서
[난이도 수준-중2~고1]

28.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29. 성장
30. 연을 쫓는 아이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성장>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연암서가


작가 1925년 미국 버지니아 모리슨빌에서 태어났다. 1947년 존스홉킨스대학 졸업 후 <볼티모어 선> 신문을 통해 언론계에 발을 내디뎠다. 1954년부터 <뉴욕 타임스>에서 백악관과 의회, 국내 정치 담당 기자로 지냈고, 1962년부터 1998년까지 36년간 <뉴욕 타임스>의 ‘옵서버’ 칼럼을 썼다. 1979년 ‘옵서버’ 칼럼으로 조지 포크상과 퓰리처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으며, 1982년에는 자서전 <성장>으로 퓰리처상 평전·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1992년부터 2004년 은퇴할 때까지 <피비에스>(PBS)의 ‘명작극장’ 진행을 맡았다. 지은 책으로 <워싱턴의 어느 미국인> <패닉에는 이유가 없다> <우리의 차기 대통령> 등이 있으며, 현재 고향 버지니아의 리즈버그에서 살고 있다.

내용 러셀은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외삼촌댁에 얹혀살게 된다. 당시는 대공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로 궁핍한 때였다. 전직 교사인 어머니는 아들을 출세시켜 훌륭한 가장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8살의 러셀에게 신문 배달을 시킨다. 하지만 아들을 사업가로 출세시키고자 한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러셀은 신문을 파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러셀은 우연히 학교에서 작문으로 상을 받은 뒤부터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신문 파는 일보다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신문 파는 일은 3년간 계속했고, 볼티모어로 이사를 가면서 잠시 중단되었지만 곧 생계를 위해 다시 신문 배달 일을 해야 했다. 석간신문은 저녁에 배달하면 됐지만, 주말 신문은 토요일 밤에 나오기 때문에 일요일 새벽 두시에 일어나야 했다. 12살 러셀은 어둠이 깔린 적막한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두려움을 떨쳐버리려고 전투기를 타고 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수십부씩 끈으로 묶여 있는 신문 다발을 칼로 톡톡 끊어내는 재미와 모두들 잠들어 있는 시각에 신문에 뭐가 났는지 제일 먼저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고 러셀은 회고한다.

먹을 게 없어 정부에서 극빈자들에게 주는 구호품을 받아먹어야 할 만큼 어려웠지만, 어머니는 ‘집안의 기둥’으로서 러셀이 신사답게 자라야 한다며 아껴둔 돈으로 정장을 마련해 주는가 하면,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크리스마스 때 중고 자전거를 선물할 만큼 헌신적이었다.

높은 지적 탐구심 덕분에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러셀은 존스홉킨스대 장학생 선발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지 1년도 채 안 돼 해군 비행단에 입대한다. 그때가 1943년, 러셀은 전쟁에 참가하려고 18개월 동안 비행 훈련을 받았지만 전쟁은 끝났고 러셀은 학교로 돌아온다. 졸업과 동시에 <볼티모어 선> 신문사에 취직해 언론계에 정식으로 발을 내디딘 러셀은 1949년 결혼했다. 태어나서 결혼하기까지 삶을 담은 <성장>에 이어 1989년 그 후속편으로 <좋은 시절>이 출간됐다.


■ 깊이 생각하기

이 책은 러셀 베이커가 50대 후반에 쓴 자서전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 부분에서 “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생겨나게 한 그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인생이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시간으로부터 현재에까지 뻗어 있는 사람들로 엮어진 동아줄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자서전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20세기 후반 미국 최고의 풍자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날린 저자답게 이 책은 솔직하고 진솔하면서도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다른 자서전들이 역경을 딛고 성공에 이르는 출세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성장’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 것들은 무엇일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 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어머니. 이 책은 마치 어머니의 일생을 아들이 서술해 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머니는 저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대공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난과 싸우며 자식들을 길러내야 했던 어머니는 강한 신념으로 자식을 가르쳤다. 남자는 출세해야만 가장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었다. 극빈자로 전락해 정부 구호품으로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서도 어머니는 흐트러지지 않고 자식들을 길렀다.

러셀은 어머니 인생의 미래였다. 러셀은 바로 그 점이 못마땅해 늘 어머니한테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시간을 깨부수고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미래였던 시간들을 모두 과거로 치워 없애고 필요하다면 스스로 시간을 창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머니의 기대와 야망이 버겁고 힘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서전을 쓸 무렵 저자는 자신이 그토록 쉽게 과거를 내버린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깨닫는다. 어머니는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자신의 과거이고, 그 과거에서 현재의 자신이 왔기 때문이다.

어머니한테서 삶의 이치를 배웠다면, 러셀이 유년기에 만난 친척들은 삶의 다양성을 느끼게 해준 살아 있는 사회교과서였다. 그들은 모두 ‘일상’이라는 무대에 출연하는 배우들이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아버지 형제들과 어머니 형제들 이야기는 러셀이 인간 본성을 깊이 이해하도록 해줬다.

러셀은 어른들이 사는 방식과 그들이 세상을 보는 창을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배웠으며, 점차 어른들의 위선과 거짓에도 눈을 뜬다. 러셀 베이커가 풍자성 짙은 칼럼을 쓴 것도 바로 친척들과 지낸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했다. 그의 다른 배움터는 신문을 팔면서 만나는 세상이었다. 그는 8살부터 신문을 팔기 위해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눌러야 했고 거리를 헤매야 했다. 노동의 고됨을 맛본 소년에게 학교 공부는 오히려 달콤한 놀이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신문 기자가 된 것도 이런 경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러셀 베이커는 타고난 천재도 아니었고,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에겐 만나는 사람, 매일 살아가는 일상이 배움터였다. 그는 자기에게 운명적으로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냄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고,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다.


■ 책 속에 나 있다

국어사전을 사랑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언어지능 높으면, 직업선택의 폭 넓다

러셀은 8살에 신문이 가득 든 가방을 메고 거리에 나선 날을 “언론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고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그가 작가의 꿈을 꾼 것은 신문 팔기보다 작가의 일이 더 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면 좀 자신 있었다고 말하는 걸로 보아 작가로서 성공할 씨앗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러셀의 외당숙이 <뉴욕 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는데, 출세욕이 강한 어머니는 입만 열면 그 아저씨처럼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셀과 어머니는 외당숙을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러셀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뉴욕 타임스>에서 36년간 칼럼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러셀처럼 글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다중지능이론에서는 언어적 지능이 강한 사람이라 말한다. 다중지능이론은 하버드대 교육학과 교수 하워드 가드너가 처음으로 주창했는데, 그는 인간의 정신 능력은 모두 다르며, 누구나 하나 이상은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지능은 ‘재능’과 같은 개념이다.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언어·음악·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대인관계·자기성찰·자연주의 등 8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대개 8가지 중 2~3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언어지능은 모국어를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과 외국어를 잘하는 능력, 글을 잘 쓰는 능력 등 3가지. 언어지능이 높다고 해서 이 세 가지 모두 잘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글은 잘 쓰지만 말하기 능력은 부족하다. 반대로 남을 잘 웃기고 재치 있는 말솜씨를 가졌어도 글 쓰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이들 중에는 어휘 구사 능력이 뛰어난 달변가가 많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그것을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시대의 흐름을 풍자하면서 해학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감성에 호소해 의도를 관철하기도 한다. 작가나 소설가, 시인, 통역사나 번역가 등의 직업에 유리하다. 또 개그맨, 아나운서, 토크쇼 진행자, 기자 등에도 유리하다. 언어학자나 문학평론가, 연설가, 영업사원, 학원 강사 등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도 가질 수 있다. 탤런트, 리포터 등 방송 직종에서 일할 수도 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외교관, 변호사, 정치가들도 언어지능이 중요한 직업이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언어지능을 요구하는 직업들도 많아졌다.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등에도 반드시 작가가 필요하다. 인터넷과 케이블 매체가 늘어나면서 티브이(TV) 구성작가를 비롯해 쇼핑호스트도 언어지능이 높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또 이야기 구성력이 뛰어난 애니메이션 작가, 게임스토리 작가도 언어지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글을 쓸 수 있는 매체가 한정돼 있었지만 요즘은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블로그 등의 1인 사이버 공간이 생겨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때로는 그 내용에 따라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언어지능이 높게 타고났어도 그 재능을 가꾸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찾아보고 그 직업을 얻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탐색해 보는 열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 나대로 책 읽기

정상을 향해 달리기만 하면 성장할 수 없다

서문여중 3학년 채진아

이 책을 읽기 전에 그에 대한 사실을 몇 가지 알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그는 퓰리처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고 미국에서는 이미 유명한 언론인이자 칼럼니스트라고 했다. 여태까지 접한 자서전은 자신의 업적이나 자기만족, 자부심 등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의 자서전은 조금 달랐다. 칼럼니스트 러셀 베이커의 자서전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러셀 베이커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러셀은 어머니를 매우 솔직하게 표현했다. 어머니는 러셀의 출세에 대한 집념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아들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리해서라도 좋은 정장을 사 입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은 당신이 과거에 이루지 못한 꿈이나 열정을 아들로 하여금 이뤄내려는 이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고, 러셀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원래 누군가가 내 일에 간섭하는 걸 싫어한다. 인생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고,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엄마가 내게 충고나 제안을 하면 화를 내는 편이었다. 간섭을 받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러셀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러셀은 어머니에게 순종했고, 훗날 훌륭한 언론인이 됐다. 어린 시절 철없는 마음에 간섭이라고 여길 수 있었던 어머니의 열정이 자라나서 보니 발전의 원동력이자 버팀목이 됐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성장’이다. 사실 처음에는 ‘정상’이라고 착각한 적이 있었다. 내겐 ‘성장’이라는 단어보다 ‘정상’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 서 있기 위해, 정상에 서서 성공하는 걸 목표로 삼는 요즘 청소년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정상을 위해 달려가는 이들은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오직 학습하는 시기로만 생각하고 별다른 추억 없이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나중에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아름다운 기억을 가진 사람이다.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지나고 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 그것을 간직하고 또 기억을 더듬어보며 행복을 느끼는 이가 진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방송작가 일을 해보고 싶다. 좀 엉뚱한 구석이 있고 때때로 기발한 생각을 잘하는 내게 잘 맞는 것 같다. 러셀처럼 많은 경험을 쌓을 수는 없을지라도 다양한 책 읽기를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가야겠다.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지음/세계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지음/세계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지음/세계사

이 책은 지난 22일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1992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 첫머리 ‘작가의 말’에서 “화가가 자화상 한두 장쯤 그려 보고 싶은 심정 정도로 썼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성장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 속의 일인칭 화자인 ‘나’는 황해도 개성의 박적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자연 속에서 코흘리개 시절을 보내던 ‘나’는 일곱 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서울로 가게 된다. 주인공 가족이 정착한 곳은 시궁창 물이 흥건한 현저동. ‘나’는 시내 중심에 있는 좋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주소를 두 개나 외워야 했다. 엄마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었다. 드디어 엄마가 원하던 명문 학교에 입학했지만 집에서 인왕산을 넘어 학교에 가야 했고, 동네 아이들과는 어울릴 수 없었다. 가정 방문 때는 친척 집을 자기 집처럼 속여 선생님을 맞이하기도 했다.

일제 말기에 이르러 오빠는 결혼을 하고 취직을 하였고, 엄마는 남의 돈을 빌려서까지 집을 샀다. 집이 없어 자식들이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걸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에 몰두하고 상급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는 동안 태평양 전쟁이 터져 조선 청년들은 일본의 총알받이가 되어 전쟁터로 끌려가야 했다.

얼마 후 해방이 되어 혼란기를 보내면서 ‘나’는 더욱 독서에 빠져들었고 1950년 스무 살이 된 ‘나’는 서울대 문리대에 입학한다. 그런데 그해 6·25가 터지고 오빠는 집에 세 들어 살다 잡혀간 사람을 길에서 만나, 석방된 공산주의 죄수들을 데리고 집에 들어온다. ‘나’는 학교에서 민청 조직의 일을 해야 했다. 오빠는 의용군으로 입대하였고, ‘나’는 오빠 일로 인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고초를 겪는다.

1·4 후퇴로 피난을 가야 할 때, 오빠는 상처를 입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 결국 식구들은 피난을 가지 못한 채 현저동에 숨어 지낸다. 모두가 피난을 떠나버린 텅 빈 서울을 바라보면서 ‘나’는 푸른 비수가 등골을 살짝 긋는 것처럼 소름이 끼칠 만큼 공포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문득 자기가 본 것들을 증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런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는 말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러셀 베이커의 <성장>에서 그랬듯이 이 소설 역시 작가 박완서가 왜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성장소설이고, 그래서 그가 쓴 많은 소설들의 모태, 즉 원형이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소설이 그렇듯이 유년기의 삶, 가족들 이야기가 소설의 큰 기둥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강인하면서도 자존심이 센 어머니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어머니는 온갖 풍파 속에서도 의연히 버티고 서 있는 버팀목이다. 책 속에서 어머니는 근엄한 시아버지의 호령도 무시하고 아무에게도 상의 안 하고, 심지어 ‘나’한테도 안 물어보고 내 머리를 빗겨주는 척하면서 싹둑 잘라버리고 ‘나’를 서울로 데려갈 정도로 의지와 결단력이 강한 사람이다.

6·25 이후 작가의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소설의 다음 이야기는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 담겨 있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저자 /

(중학생의 공부하는 힘 1318클래스(1318class.com)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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