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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구조와 역사를 통한 논증

등록 2011-01-31 10:02수정 2011-01-31 10:05

[함께하는 교육]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논술형 대비법 /

가장 중요한 부분 찾아
다른 부분과 연결짓도록
32. 논증법 (중)
33. 논증법 (하)
34. 설계도 짜기

살빼기는 우리 시대의 화두다. 필요한 것 이상을 섭취하게 된 인간의 섭생이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협하는 형국이다. 살빼기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해보자. ①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해 운동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할 것 ② 효과가 좋고 안전한 약을 꾸준히 먹을 것 ③ 밤에 간식을 먹는 습관을 바꿀 것 ④ 하루 세끼 식사량과 영양분 섭취 정도를 분석해 알맞은 식단을 짜고 그 식단에 맞춘 식사를 할 것 등이다.

4가지 대처법을 단기적·일시적인 성격을 띠는 것과 장기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나눠보자. ②번과 ③번은 눈앞에 보이는 대처법이다. 효과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난다. 문제는 짧은 효과 뒤에 원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른바 ‘요요현상’에는 대처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이에 비해 ①번과 ④번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효과를 보게 되면 다시는 살이 찌지 않는 방법이다. 근원적인 처방이라 하겠다.

근원적 처방을 위해서는 구조적 원인을 밝혀야 한다. 구조는 어떤 대상이나 현상 가운데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의 서로 짜인 관계나 그 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살이 찌는 현상의 원인은 여러가지이지만,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생활습관과 체질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결국 살이 찌지 않는 체질과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본질적·근원적 대안이나 해결책은 구조적 원인을 밝힘으로써 찾아지는데, 구조적 원인을 밝히는 것은 하나의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특정한 조건 속에서 반드시 그렇게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일이다.

논증을 잘하려면 우선 구조적 접근, 구조적 사고방식을 익혀야 한다. 구조적 사고법은 표면적·단선적 사고와는 다르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보고 사물의 본질을 안다고 해서는 구조적 사고를 할 수 없다. 요즘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태를 불러온 구조적 원인인 바이러스의 발생과 이동경로, 확산경로 등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나머지 원인은 부차적이거나 지엽적인 것이다. 구조는 본질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들 사이의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완성된다. 따라서 구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전체를 이루는 부분 가운데 시간이 지나거나 조건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적인 부분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중·고등학생들이 구조적 사고법을 익히려면 사회적 이슈를 놓고 구조적 원인을 따져보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 왕따 현상이나 노숙자 증가 현상, 고령화 현상 등에 대한 자료를 읽도록 한 뒤 구조적 원인을 정리해보도록 하는 식이다. 원인을 병렬식이나 나열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신 각 원인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구조화해보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시각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각은 입체화한다.

구조적 사고와 함께 논증을 위해 필요한 다른 요소는 역사적 접근 또는 역사적 사고이다. 모든 결과는 원인을 가지고 있고, 그 원인은 보통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어떤 사물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한국 대통령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서 생각해본다고 하자. 지금 운영되고 있는 대통령제의 장점과 단점은 1950년대 이후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대통령제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보려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벌어졌던 1997년 이후의 고용조건과 경제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공무원의 도덕성 문제를 따져보려면 가깝게는 대한민국 수립 이후 공직사회의 형성과정을 봐야 하고, 멀게는 관료조직이 처음 체계를 갖췄던 고려시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구조적 접근과 역사적 접근이 동시에 이뤄지면 사물의 전체상이 눈에 들어온다. 설득력과 깊이를 갖춘 논증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이다.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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