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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성공적인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위한 5가지 조건

등록 2011-02-14 09:37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① 학부모의 이해 ② 알맞은 주제 ③ 훌륭한 코치
④ 적절한 토론인원 ⑤ 대회조직능력 등 갖춰야
5. 디베이트를 안 하는 한국 사회, 그 우울한 모습

6. 디베이트, 그렇게 좋다면 왜 지금까지 답보상태인가

7. 디베이트 활동의 기본 약속-디베이트 포맷 이야기

지금까지 디베이트의 교육적 효과가 어떤지 설명했다. 디베이트는 교육에 있어서 종합예술과도 같다고 말했다. 다른 모든 공부에 앞서 디베이트부터 챙기자고 했다. 이런 시각으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보면, 이상하게도 디베이트의 확산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 새로운 사물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한국 사람들이 왜 디베이트에 대해서는 이렇게 주저할까? 디베이트, 그렇게 좋다면서 왜 빨리 확산이 안 되는 걸까?

디베이트가 빨리 확산이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마주치는 어려움은 학부모를 설득하는 것이다. 한국적 교육 풍토에서 성장한 학부모일수록 설득이 어렵다. 성장 과정에서 디베이트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에게 디베이트는 ‘웅변학원을 다니자’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니 자녀의 학업과 특별활동을 설계하는 데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 같은데, ‘장기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디베이트를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디베이트가 뿌리내리려면 학부모, 교육 당국, 학생, 디베이트 전문가들은 물론 전체 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분 토론’의 한 장면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디베이트가 뿌리내리려면 학부모, 교육 당국, 학생, 디베이트 전문가들은 물론 전체 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분 토론’의 한 장면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디베이트의 성과가 곧 계량화되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다른 모든 학과목은 ‘점수’로 쉽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 수학학원을 다녔더니 성적이 B에서 A로 올랐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으면 좋으련만 디베이트에는 그런 게 없다. “아이가 듣는 태도가 좋아졌어요.”, “이제는 말을 조리있게 하려고 애를 써요.”, “요즘은 뉴스를 관심있게 보던데요?” 등이 가시적인 성과다. 처음 디베이트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막연하게 느껴진다. 물론 디베이트 경시대회가 있다. 여기서 우승이라도 하면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를 얻은 것 같다. 하지만 디베이트는 경시대회에서 우승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논리 훈련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러니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경시대회 참가는 좋은 경험이 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학부모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학부모를 설득했다고 해도 여전히 난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디베이트 주제. 디베이트 주제를 매주 달리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매주 디베이트 주제가 세가지 이상 필요하다. 초등, 중등, 고등 각 수준에 맞게 말이다. “서점에 가면 디베이트 주제와 관련된 책이 있던데요?” 혹은 “인터넷에 보니 영어 디베이트 주제들은 많던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베이트는 가장 최근의 성과를 근거로 해야 학생들이 공감한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을 두고 디베이트를 한다고 할 때 100년 전에 있었던 일을 갖고 디베이트를 하면 좀 맥이 풀릴 것이다. 바로 어제, 지난달, 지난해에 일어났던 일을 두고 생각해야 훨씬 실감난다. 디베이트 주제를 다수 갖고 있더라도 늘 새로 업데이트해서 써야 하는 까닭이다.

내 경험으로는 디베이트 주제를 만드는 사람은 아주 똑똑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논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찬반이 균형을 이루는 주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장 좋은 주제는 디베이트 경험이 많고, 똑똑한 사람이 만들 때 나오는 것 같다.

디베이트 주제와 관련된 이상의 두가지 문제, 즉 매주 콘텐트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과, 이를 경험 있고 똑똑한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디베이트를 어렵게 한다. 개별 디베이트 코치나 개별 학원 또는 개별 학교에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다음으로 어려운 것은 훌륭한 디베이트 코치를 구하는 것. 디베이트 코치는 똑똑하다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디베이트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본인 스스로 학창 시절에 디베이트의 세례를 받았어야 한다. 디베이트 역사가 없다시피 한 한국에서 디베이트 경력이 있는 코치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 찾기도 힘들지만, 좋은 디베이트 코치를 구하기는 더욱 힘들다.

디베이트 코치에게는 많은 디베이트 상식이 요구된다. 디베이트 효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 확신을 갖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디베이트 형식을 잘 알아야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클래스 포맷을 알아야 한다. 디베이트 채점 방법, 관련 대회 조직 방법도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디베이트 코치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지금 한국에는 겨우 수십명에 불과한 것 같다. 또 그들의 디베이트 교습 방법마저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인지 누구도 모른다.

다음으로 힘든 것은 디베이트 팀 인원 구성. 디베이트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자면 최소한 4명이 있어야 한다. 가끔 빠지는 학생이 있을 수 있으니 실은 5~6명이 제일 좋다. 아무리 많다고 해도 8명을 초과하면 힘들어진다. 게다가 참가하는 학생들이 비슷한 수준, 비슷한 학년이어야 좋다. 이를 조직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한가지 해결 아이디어는 학부모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대로 한다. 그러니까 학부모에게 클래스 구성을 부탁하는 것이다. 사실 학부모만큼 자녀에 대해, 자녀의 주변 친구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학부모가 팀을 구성하면 나이별, 수준별로 쉽게 팀을 꾸릴 수가 있다. 게다가 알고 있는 사람끼리 팀을 짜면 학부모끼리도 친해서 클래스 운영에 도움을 준다.

인원 구성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의 학급 현실이다. 요즘은 한국의 학교도 인원이 줄어들어 반마다 35~40명가량 되는 것 같다. 이 클래스에 디베이트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이 난색을 표했다. 디베이트는 최대 8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데, 그러자면 나머지 학생들은 그 시간에 뭘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들 학생에게는 채점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매주 디베이트한다”는 기준으로 보자면 아쉽다. 내 생각에 이 문제는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모든 학생들이 디베이트에 참여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선생님 한분으로는 부족하고, 외부의 코치 두어명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두서너명의 디베이트 전담 코치들이 마련되면, 모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디베이트에 참가할 수 있을 듯하다. 고학력 실직자 구제 차원에서 디베이트 코치 육성 강좌를 마련하고 여기서 배출된 코치들을 학교에 배치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힘든 것은 관련 이벤트 조직하기. 디베이트 활동에 디베이트 경시대회는 필수다.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다. 해서 디베이트 경시대회를 경험하면 더욱 디베이트를 열심히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대회를 조직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별 코치, 개별 학원, 개별 학교에서 경시대회를 하면 좀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역시 대회란 규모도 크게 해야 하고, 좋은 상도 나눠줘야 한다. 심판도 문제다. 수백명이 참가하는 대회를 조직하자면 심판이 최소한 수십명이 필요하다. 미국 경험에 비춰보면 디베이트 경시대회는 3개월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한,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이런 일은 디베이트 본부 같은 곳에서 조직해야 한다.

코치도 구하기 힘들고, 주제도 만들기 힘들고, 학부모를 설득하기도 힘들고, 팀을 조직하는 것도 힘들고, 경시대회를 조직하는 것도 힘들다면, 그런 교육 프로그램이 어떻게 쉽게 확산이 되겠는가? 이게 디베이트가 가진 교육 프로그램으로서의 문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 어마어마한 교육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디베이트 프로그램의 확산이 더딘 것이다. 그 유명한 한국의 사교육이 아직도 디베이트에 멈칫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것은 알지만, 선뜻 손대기가, 그리고 꾸준히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확산이 더딘 것은 디베이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부분은 커뮤니티에서 풀어야 한다. 누군가가 좋은 디베이트 주제를 많이 만들어 모두에게 공급해야 한다. 디베이트 코치 양성 센터를 만들어 좋은 디베이트 코치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손잡고 운영하고 있는 디베이트 코치 양성 강좌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디베이트를 강조해서 이 프로그램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게 해야 한다. 일년에 두번쯤은 디베이트 경시대회를 조직해서 그동안 열심히 디베이트를 해왔던 학생들, 학부모를 격려해야 한다. 내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이런 일들이다. 디베이트 본부를 구성해서 개인이 하기에는 힘든 일들을 대신하려고 한다.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그 중심체가 될 것이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한국 토론 문화의 새 장을 열어가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과 함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디베이트 캠프를 마련했습니다. 2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디베이트 4차례, 워크숍 4차례 등의 활동을 통해 디베이트 초보를 탈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과정에서 (1)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 연습 (2) 디베이트 준비 방법 (3) 비판적 사고 훈련 (4) 자원봉사 (5) 협력과 리더십 훈련 등이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이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코치들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디베이트 코치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이 캠프를 위한 특별 워크숍을 이수한 분들입니다. 대상은 디베이트에 한참 민감해할 예비 초등 4학년~예비 중등 3학년입니다. 문의 (02)327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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