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대립보단 정보탐색이 먼저

고정민의 진로·직업클리닉

[함께하는 교육]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

부모·교사는 직업 선택의 안내자·보조자
관심 직업의 긍정·부정 측면 살펴보도록

청소년들의 진로상담 사례 가운데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문 중의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부모님이나 가족, 담임선생님 등 주변의 중요인물이 바라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모님과 자녀의 갈등은 꼭 진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지만 진로 및 직업선택의 결정적 시기에 부모의 반대는 학생들에게 큰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는 주요한 문제이다.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아이들이 주로 자신의 이상적인 직업이나 동경하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거나 대학진학이나 직업선택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며, 부모나 담임교사의 입장은 그와 정반대일 때 갈등이 심해지게 된다. 이와 같은 갈등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문제는 아이들과 부모의 대립이 감정적으로 치닫는 것이다. 갈등 과정에서 진로나 직업선택에 대한 본질은 없어지고 부모님은 아이를 꾸중하고, 아이는 그런 부모에게 감정적으로 반항하거나 학업을 소홀히 하는 등 부정적인 행동양식으로 감정이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꿈이나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 부모나 교사의 입장과 기준에서 그 선택을 비난하거나 말리기보다 우선 자발적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던 적극성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음을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희망하는 직업이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상적인 직업탐색 과정의 시발점이 된다.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거나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아직 관심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직업선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비한다면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아이의 의견에 대해 갑작스런 꾸중, 놀람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들의 정상적인 직업탐색 과정이나 발달과정을 위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진로방향에 역행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진로교육 활동이다. 문화·예술 분야 직업을 체험하는 학생들의 모습. ‘하자센터’ 제공

아이들의 강점을 충분히 지지해줘야 하며 부모의 입장과 견해를 말하기 전에 그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탐색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막연하게 직업에 대해서 알아보라는 말보다는 직업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정리한 구조화된 질문지 형식으로 과제를 제시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방송연예 분야의 직업 가운데 하나인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한 아이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해보자.

●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관심, 능력, 성격이 필요한가?

●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나 필요한 자격은?

● 스타일리스트와 관련된 학과는?

● 스타일리스트가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 스타일리스트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스타일리스트의 평균임금은 어느 정도인가?

●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떠한가?

● 스타일리스트의 근무환경(근무시간이나 일의 양)은 어떠한가?

●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신체조건을 갖추었는가?

● 스타일리스트라는 희망직업에 대해 부모님과 의견의 차이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 스타일리스트로 성공한 사례 또는 실패한 사례에 대해 조사해보자.

이외에 다른 질문 항목들도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으며, 위의 예시처럼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가진 전반적인 특성이나 긍정적,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직업탐색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서 자신의 특성과 직업이 가진 특성을 비교·대조해봄으로써 직업선택의 적합성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검열하고 평가하며 판단하는 과정을 스스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직업과 관련된 추가정보를 탐색해보거나 구체적인 준비과정으로 진행될 것이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의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그 직업을 배제하고 또다른 직업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알아보는 행동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고 축적되면 직업에 대한 정보들이 많아지고 또 직업 특성을 파악하는 안목이 높아지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과 잘 맞지 않는 직업을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직업탐색 과정이 충분히 이뤄진 뒤라면 부모가 생각하는 직업의 단점이나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감정의 충돌 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학업의 효과처럼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직업적으로도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끌어 주고 기다려주는 어른들의 참을성이 아이들의 학업능력 발달뿐 아니라 진로경로에 있어서도 결핍 없이 발달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자양분을 제공해 주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