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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비 유학해 학위 재직중 대학 강의 퇴직뒤 교수 명함

등록 2011-09-13 21:50수정 2011-09-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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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in]교육공무원의 수상한 취업
나랏돈으로 유학가 박사학위
고용휴직제 이용 교수직 예습

대학교수가 되려면 박사학위, 강의 이력 등이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은 나랏돈을 활용해 이를 준비할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4급 교육공무원 ㄱ씨는 <한겨레> 기자를 만나 ‘국비 유학 → 재직중 대학 강의 → 퇴직 뒤 대학 취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증언했다. “원래 국비로 해외연수 보내는 건 선진 교육체계를 배우고 오라는 거잖아요. 실제로는 자식들 영어공부 시키고 자신은 외국 대학에서 학위 따려고 가요. 자식들이 초·중학교 다닐 무렵에 맞춰 가려고 공무원들끼리 서로 해외연수 순서를 정해두기도 하지요.”

 이들이 가는 곳은 주로 미국과 영국이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국비연수를 다녀온 교과부 공무원은 모두 117명인데, 이 중 42명이 미국으로, 39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유독 국비연수생들이 몰리는 대학도 눈에 띈다. 영국 버밍엄대가 9명, 서식스대가 7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가 5명의 교과부 공무원을 학생으로 받았다.

 외국 대학 연수는 업무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되기도 하지만, 종종 퇴직 이후를 위한 경력 쌓기에 쓰인다. ‘고용휴직’ 제도를 활용해 대학에서 강의를 맡는 것이다. 고용휴직은 공무원들만 누리는 독특한 제도다. 국제적 경험을 보완하라는 뜻에서 1978년 국가공무원법 개정 당시 “국제기구 또는 외국기관에 임시로 채용될 때” 고용휴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휴직 기간에는 공무원 보수를 받을 수 없지만, 취업한 직장에서 월급을 받게 된다. 공무원 신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대학 설립 자율화 이후 대학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던 1997년 고용휴직 조건으로 “국내외 대학에 채용될 때”라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 규정을 발판 삼은 교과부 공무원들이 고용휴직을 위한 직장으로 선택하는 곳은 대학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과부 서기관(4급) 이상 공무원의 2008~2011년 고용휴직 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고용휴직계를 제출한 교과부 공무원은 모두 107명이다. 9월 현재 교과부에 소속된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모두 256명이다. 최근 4년간 자료만 따져도 교과부 고위 공무원의 40% 이상이 고용휴직의 혜택을 누린 것이다.

 자료를 보면, 최근 4년간 고용휴직했던 107명 가운데 27.1%인 29명이 국내 대학에서 교수 등으로 근무했거나 하고 있다. 각종 연구기관에서 일한 경우가 61.7%(66명)로 가장 많긴 하지만, 고용 휴직 중인 교과부 고위 공무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대학교수 직함을 얻고 있는 셈이다.


교과부 고위직 40% ‘고용휴직’
주4시간 강의·연봉 8천만~1억

 국내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과부 공무원 29명의 평균 연봉은 8095만원에 이르렀고,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도 3명이나 됐다. 이들은 주로 1~2년 계약의 비전임교원으로 임용돼 겸임교수나 계약교수 신분으로 일을 한다. 서울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고용휴직중인 교과부 공무원은 주로 계약직 교수 자격으로 강의를 하지만, 급여는 보통 공무원이 한 해 받는 보수에 준하는 정도로 대학이 책정해준다”고 말했다.

 교과부 2급 공무원인 박아무개씨는 지난 3월부터 고용휴직에 들어갔다. 박씨는 현재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2학점짜리 강의 하나를 맡았고, 대학원생들의 논문 작성을 지도한다. 박씨는 2006년에도 1년 동안 고용휴직을 받아 숭실대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는 대학 업무를 직접 관장하는 교과부 대학학무과장직을 거친 고위 관료다.

 박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으로서 ‘탁상행정’을 피하고 현장 경험을 정책과 연동시키기 위해 업무영역을 확장하자는 취지이고, 사실 대학 강의를 맡으면 업무 부담도 커진다”며 “퇴직 뒤에 대학으로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계약서상 연봉은 9300만원이고, 이는 공무원으로서 받는 보수보다 다소 적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고용휴직중인 교과부 고위 관료 가운데 18명의 강의 정보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들의 한 학기 평균 강의 시간은 주당 4시간에 불과했다. 교과부 4급 공무원인 임아무개씨는 올해 3월부터 1년 계약으로 동국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학기당 2학점짜리 강의 하나를 하고 대학에서 연봉 7750만원을 받았다. 교과부 4급 공무원 구아무개씨도 2009년 2학기부터 1년 동안 전문대인 정화예술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으며 한 학기 동안 2학점짜리 강의 하나만 맡았다. 그는 연봉 7500만원을 받았다. 또다른 교과부 4급 공무원 김아무개씨는 올해 1월부터 1년 계약으로 단국대 사범대에서 교수직을 맡았는데, 1학기에는 강의를 맡지 않았고 2학기부터 3학점짜리 강의 하나만 하고 있다. 그는 7908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교과부 고위 관료 사이에 만연한 ‘고용휴직 - 대학 강의 - 교수 연봉 수령’의 관행은 퇴직 뒤 대학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교수 자격으로 강의했던 이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다른 부처 공무원도 고용휴직을 통해 대학 강의 경험을 쌓지만, 퇴직 이후 대학에 정식으로 임용되는 것은 주로 교과부 공무원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이 대학의 수익과 직결되는데, 과거에는 교과부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를 통해 입학정원을 늘렸고, 지금까지도 퇴직 교과부 공무원을 교수로 모시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퇴직하면 사립대 총장·교수 취업
대학선 학교운영 도움 노려 제안

 국비연수와 고용휴직으로 학위와 강의 이력을 쌓은 교과부 관료들은 퇴직 시기가 다가오면 대학 취업의 유혹 앞에 선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4급 교육공무원 ㄱ씨는 “교과부 차원에서 퇴직자의 대학 취업을 알아봐준다”고 주장했다. “교과부 인사과에서 최근 퇴직자들에게 대학교수직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고위 공무원 출신 퇴직자는 인사과에서 ‘○○전문대에 자리가 났는데 어떠시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왜 그런 곳에 가느냐’고 역정을 냈다더군요. 더 좋은 대학에 가려는 거죠.” 그밖에도 “퇴직자 스스로 재직 당시 관계를 활용해 여러 대학에 재취업을 문의하거나, 대학에서 직접 교과부에 ‘퇴직자를 교수로 모시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인사과 관계자는 “퇴직자 알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도 퇴직자가 대학 총장으로 간다는 사실을 행정안전부 퇴직자 재취업 시스템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휴직의 경우에는 대학 쪽에서 먼저 (교과부 공무원의 강의를) 요청해오는 경우가 있지만, 퇴직자에 대해 (교수 임용 등을) 요청하거나 (대학이) 요청해오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교과부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국비연수를 다녀오고, 그 연수를 통해 취득한 박사학위를 이용해 고용휴직 기간 동안 사립대에서 교수직을 맡는 예행연습을 한 뒤, 퇴직 이후에는 다시 대학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차관은 4년제 대학, 1급이하는 전문대 총장

징계심사 교원소청심사위원장
9명 중 6명 사립대 총장·교수

교과부 관료의 꽃은 차관이다. 장관에는 외부 인사가 임명되는 일이 많지만, 차관만큼은 정통 관료 출신이 주로 맡는다. 관료 출신 교육부 차관들도 교육계 ‘전관예우’의 예외가 아니다. 1급(관리관) 이하 관료들이 주로 사립대학 교수나 전문대 총장으로 임용되는 데 비해, 차관 출신들은 4년제 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대학 설립이 자율화된 1996년 이후 모두 14명의 교육부 차관이 탄생했다. 교육관료 출신 차관은 10명이었다. 이 가운데 6명은 퇴직 뒤 대학 총장이 됐다. 그중 이용원·이원우·김상권·김영식·우형식 전 차관 등 5명은 4년제 대학 총장을 맡았다. 교육관료 출신 차관 가운데 전문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기우 재능대학 총장이 유일하다. 조선제 전 차관은 전문대 법인 이사장을, 서남수 전 차관은 국립대 교수를, 서범석·이종서 전 차관은 각각 사학연금공단과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맡았다.

 교원소청심사위원장도 차관급 직위다. 이들 역시 총장 등 중책을 맡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0년 동안 9명의 교과부 관료가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쳤다. 퇴직 이후 차현직·정상환·유선규·김왕복·최수태 전 위원장 등 5명은 전문대 총장으로, 엄상현 전 위원장은 4년제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교원소청심사위는 학교나 교육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교직원들이 이의신청을 하면, 이를 심사해 징계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기관이다. 주로 비리 사학재단과 갈등을 빚다 보복성 해직을 당한 교수들이 교원소청심사위를 찾는다. 사립대학과 엄정한 거리를 둬야 하는 기관인 셈이다. 해직교수들의 단체인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홍성학 공동대표는 “퇴직 뒤 사립대학으로 간 소청심사위원장들이 사학재단과 갈등을 빚다 쫓겨난 교수들의 징계를 과연 공정하게 심사했는지 인정하기 힘들다”며 “교원소청심사위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재 이재훈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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