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2. 철학, 거의 모든 생각의 시작 - ⑤ 삶의 목적과 방향
2. 철학, 거의 모든 생각의 시작 - ⑤ 삶의 목적과 방향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김보일, 예담
<상처받지 않을 권리>강신주, 프로네시스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류시화 옮김, 보리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일등이 모든 것을 갖는 게임의 법칙에서 이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생태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냉혹한 현실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는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을 순위로 결정할 수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 유망주였던 이원희 선수를 이기고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해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왕기춘 선수의 부담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갈비뼈 부상을 무릅쓰고 지구에서 두 번째로 유도를 잘한다고 인정받았는데도 눈물을 흘린 왕기춘 선수는 여자 펜싱부문 최초의 은메달리스트가 된 남현희 선수가 보여준 환한 미소와 비교되었다. 상황에 따라 은메달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등을 하고도 눈물이 나는 현실은 우리들의 각박한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 대신 성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전교 일등을 해도 다른 학교 전교 일등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꽃들에게 희망을>의 애벌레처럼 우리는 정상에 오르고자 오늘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잠자고 꿈꿀 시간도 없다. 하지만 철학은 이런 현실에 대해 여전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가 아닌 우리들에게 철학은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김보일 선생님의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은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타율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난다.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스무살은 성인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로 볼 수 있다.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등만 부러워할 수는 없다. 내가 가진 것만 좋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여우의 신 포도처럼 다른 이의 삶을 부러워만 한다면 지는 거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없다면 일등도 불행한 현실에서 모든 청춘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한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막연한 불안과 상실, 욕망과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스무살에게 김보일이 보내는 애정 어린 충고와 철학적 조언은 가슴을 열고 진지하게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에는 어렵고 복잡한 철학 개념이나 철학자들의 삶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대신에 스무살로 상징되는 사춘기에서 이십대 초반의 청춘들에게 우리들의 삶에 철학이 왜 필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하는 책이 아니라 불안, 선택, 고독, 욕망, 행복, 성공, 사랑 등 우리가 현실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성공을 위한 지침서, 자기를 계발하라고 독촉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고민 속에서 스무살은 현재와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스무살의 불안은 ‘희망’의 다른 측면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최신형 스마트폰과 MP3, 대한민국 1%라야 탈 수 있다는 자동차,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아파트……. 나의 욕망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날 것인가. 철학자 강신주는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통해 우리들의 ‘욕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면 강신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는 이상과 짐멜, 보들레르와 벤야민, 투르니에와 부르디외, 유하와 보드리야르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지만 청소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돈과 욕망, 유행, 도박, 불안, 허영, 소비와 교환 등 현대 사회의 면면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두툼한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강신주의 장점은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 능력과 그것을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쓰기 능력이다. 낯선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강신주의 안내를 받으면 철학과 현대 사회를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21세기 첨단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더욱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대공황이 최악이었던 1932년에 뉴욕에서 버몬트 숲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독립적인 경제와 건강,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접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일벌레로 살아가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삶은 어떤가. 모든 사람이 물질문명 사회를 등지고 살 수는 없지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두 사람은 온몸으로 삶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결국 철학은 우리에게 삶의 목적과 방법을 고민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 하나하나의 과정과 결과가 우리의 삶이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면 철학에게 길을 묻고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떠나야 한다. 그렇게 철학은 우리들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 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에 불리할 것” 67%
■ 미국 18주만에 터진 메가복권 당첨금이 무려…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그게 이종범이니까”
■ 내가 살찌는 것은 유전자 탓?
<상처받지 않을 권리>강신주, 프로네시스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류시화 옮김, 보리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일등이 모든 것을 갖는 게임의 법칙에서 이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생태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냉혹한 현실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는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을 순위로 결정할 수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 유망주였던 이원희 선수를 이기고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해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왕기춘 선수의 부담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갈비뼈 부상을 무릅쓰고 지구에서 두 번째로 유도를 잘한다고 인정받았는데도 눈물을 흘린 왕기춘 선수는 여자 펜싱부문 최초의 은메달리스트가 된 남현희 선수가 보여준 환한 미소와 비교되었다. 상황에 따라 은메달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등을 하고도 눈물이 나는 현실은 우리들의 각박한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 대신 성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전교 일등을 해도 다른 학교 전교 일등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꽃들에게 희망을>의 애벌레처럼 우리는 정상에 오르고자 오늘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잠자고 꿈꿀 시간도 없다. 하지만 철학은 이런 현실에 대해 여전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가 아닌 우리들에게 철학은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김보일 선생님의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은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타율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난다.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스무살은 성인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로 볼 수 있다.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등만 부러워할 수는 없다. 내가 가진 것만 좋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여우의 신 포도처럼 다른 이의 삶을 부러워만 한다면 지는 거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없다면 일등도 불행한 현실에서 모든 청춘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한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막연한 불안과 상실, 욕망과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스무살에게 김보일이 보내는 애정 어린 충고와 철학적 조언은 가슴을 열고 진지하게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에는 어렵고 복잡한 철학 개념이나 철학자들의 삶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대신에 스무살로 상징되는 사춘기에서 이십대 초반의 청춘들에게 우리들의 삶에 철학이 왜 필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하는 책이 아니라 불안, 선택, 고독, 욕망, 행복, 성공, 사랑 등 우리가 현실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성공을 위한 지침서, 자기를 계발하라고 독촉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고민 속에서 스무살은 현재와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스무살의 불안은 ‘희망’의 다른 측면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최신형 스마트폰과 MP3, 대한민국 1%라야 탈 수 있다는 자동차,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아파트……. 나의 욕망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날 것인가. 철학자 강신주는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통해 우리들의 ‘욕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면 강신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는 이상과 짐멜, 보들레르와 벤야민, 투르니에와 부르디외, 유하와 보드리야르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지만 청소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돈과 욕망, 유행, 도박, 불안, 허영, 소비와 교환 등 현대 사회의 면면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두툼한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강신주의 장점은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 능력과 그것을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쓰기 능력이다. 낯선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강신주의 안내를 받으면 철학과 현대 사회를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21세기 첨단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더욱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대공황이 최악이었던 1932년에 뉴욕에서 버몬트 숲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독립적인 경제와 건강,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접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일벌레로 살아가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삶은 어떤가. 모든 사람이 물질문명 사회를 등지고 살 수는 없지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두 사람은 온몸으로 삶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 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에 불리할 것” 67%
■ 미국 18주만에 터진 메가복권 당첨금이 무려…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그게 이종범이니까”
■ 내가 살찌는 것은 유전자 탓?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