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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대·경희대 역사전공 교수들도 “국정 집필 거부”

등록 2015-10-14 19:44수정 2015-10-15 10:36

국정교과서 강행 후폭풍

고려대 22명·경희대 9명 성명서
“민주헌정질서 가치 흔드는 조처”
MB시절 장관 최광식 교수도 포함
정치성향 떠나 국정화에 ‘비판적’
서울대·서울시립대서도 동참 논의
박근혜 정부의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 곳곳에서 관련 집회가 잇따르는 가운데 역사학 전공 대학교수들은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로, 중·고교 교사들은 국정화를 공개 지지했던 교원단체 탈퇴로 ‘불복종’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전날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경희대 역사 전공 교수들도 14일 집필 거부를 공개 선언했고 서울대 등도 이를 검토하고 있어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은 전국적으로 번질 전망이다.

고려대 한국사학과·사학과·역사교육과 소속 교수 18명 전원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4명은 14일 성명을 내어 “역사 교육을 퇴행시키고 민주헌정질서의 가치를 뒤흔드는 정부·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조처에 강력히 반대한다.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집필 거부 선언자 명단에는 이명박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광식 한국사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역사학계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국정 교과서 체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경희대 사학과 소속 교수 9명 전원도 이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곧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 한 역사 전공 교수는 “교과서 집필 거부 입장을 밝히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사학과의 한 교수는 “외대와 중앙대, 서울시립대 등의 역사학 교수들이 집필 거부 연대 성명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내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31일 열릴 전국역사학대회를 앞두고 역사 관련 학회들이 전국 역사 교수 차원의 집필 거부 선언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교사들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연쇄 탈퇴 조짐도 눈에 띈다. 교총이 지난 11일 “현장 교원과 교총 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 62%가 국정화에 찬성했다”며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공개 지지한 까닭이다.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사는 “교원 임용 뒤 별 뜻 없이 교총에 가입했는데 교사를 국가의 허수아비로 전락시키는 국정화를 지지하는 것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교총을 탈퇴한다. 대표위원만 투표에 참여해 교총 모두의 입장인 양 발표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낸 회비가 내 의견과 반대되는 데 사용되길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다른 교사들이 적은 “저도 탈퇴한다”, “저도 탈퇴 고려해야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14일 경기도 역사교과 담당 교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1009명 중 91.58%(925명)가 국정화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불복종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광주 지역 7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1000명의 시민이 1000원씩을 모아 국정 교과서 결정에 불복한다는 신문 광고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은우근 광주대 교수는 “‘한국사 시민대학’,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한국사 학교’ 등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김규남 허승 기자, 전국종합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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