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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대 교수들도 “집필 않겠다”…주요대학 모두 거부

등록 2015-10-22 19:37수정 2015-10-22 21:58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교내 신양관 국제회의장에서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6명을 대표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흥식(서양사학과), 오른쪽은 김태웅(역사교육과)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교내 신양관 국제회의장에서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6명을 대표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흥식(서양사학과), 오른쪽은 김태웅(역사교육과)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서 줄잇는 ‘집필 거부’

역사교수 36명 국정화 반대 성명
“단일사안으론 이례적 대규모”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수많은 학자·사관의 희생 위에 세워진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이상입니다.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연구·자문·심의 등 일체의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 신양관 국제회의실. 서울대 국사학과·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고고미술사학과·역사교육과 교수 36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장에 나온 오수창·박흥식·김태웅 교수가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다양한 사료와 방법론을 통한 열린 역사해석 불가능’, ‘비전문가의 부당한 간섭’, ‘인권의 문제’, ‘평화통일과 세계사 교육에 대한 지향 부재’. 세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하고 집필을 거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 나갔다.

성명서가 낭독되는 동안 강의실 뒤쪽에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인 모임’ 소속 학생 5~6명이 ‘1972(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선포한 해)를 기억하라’ ‘올바른 역사가 있다면 올바른 과거도 있나요?’ ‘역사교과서는 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집필거부 선언에 나선 스승들을 응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 대학교 현황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 대학교 현황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소속 교수들은 “지금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그 자체로서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라며 “이제라도 정부·여당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취소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역사교과서 반대·집필거부 성명에는 전체 44명 중 36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교육부 장관에게도 보냈다.

학과장인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이 단일 사안에 대해 이렇게 많이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께는 (역사 관련 학과를 넘어서) 서울대 전체 교수들의 (국정화 반대)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12일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발표한 이후, 역사학 전공 교수들의 집필거부 선언은 13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경희대·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는 물론 부산대·전남대·충북대·경북대·제주대 등 지역 국립대와 진주교대·전주교대 등 교대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원대는 이미 지난달 22일 집필거부 선언을 했다. 이날 서울대 교수들까지 가세하면서 단 열흘 만에 전국 주요 대학의 역사학 전공 교수 대다수가 집필거부를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의 경우 중도·보수로 평가되어온 학자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국정화 강행이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본질을 침해한 문제로 교수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좌우 프레임을 갖고 보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성명을 낸 교수들도 있을 수 있지만, 나처럼 정치가 역사교육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가 싫어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가 이날 교수학습센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내포와 외연’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여는 등 국정화 논란을 둘러싼 진지한 토론의 장도 펼쳐지고 있다. 이 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는 “국정 교과서 논란을 보며 역사교육에 신경써야 한다는 경각심이 든다”며 “이 문제야말로 정치적 현안, 민주적 기초 등과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교수들의 집필거부 선언과 함께 이날도 대학생·대학원생들의 국정 교과서 반대 성명과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단국대 문과대 학생들은 이날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세대 대학원의 한국사전공 대학원생 128명과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사학과 학생회, 동국대 일반대학원 사학과·역사교육학과, 교육대학원 교과교육학과 역사교육전공 대학원생과 강사 등 88명도 성명을 내어 국정 교과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우리 현소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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