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와 관련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의 심사를 강화하고, 검정교과서의 새 집필기준도 이달 말 새로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9일 밝혔다. 거센 여론 반발로 애초 국정화 계획에서 후퇴했던 교육부가 검정교과서까지 정부의 입맛에 맞춘 사실상의 국정교과서로 만들려고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 2017년 업무계획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검정도서의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언론 대상 사전 설명회에서도 “그동안 교육부의 검정교과서 심사 절차가 치밀하지 못해 검정교과서의 여러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는 의견이 많아 심사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말한 ‘의견’은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 진영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이다. 이 부총리는 “검정교과서도 국정교과서처럼 한 달간 웹 공개를 통해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받는다든지, 다양한 절차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28일 2018년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밝히면서 2018년3월부터 사용할 새 검정교과서 개발이 올해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검정교과서는 출판사들이 집필진을 섭외해 교과서를 집필한 뒤 검정 심사에 응하면 교육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용도서 검정심의회에서 심사를 해 합격·불합격 여부를 가린다. 검정 심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이 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 집필기준도 이달 말까지 완성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집필기준’이란 교과서를 개발할 때 지켜야 할 용어 및 서술 지침으로, 국정교과서의 경우 ‘편찬기준’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새 집필기준의 큰 틀은 이미 2015 교육과정에 따라 마련된 국정교과서의 편찬기준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편찬기준에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 정부 주도 경제 발전 강조, 북한 도발 기술 강화 등의 내용이 들어있어 역사학계와 현장교사들의 큰 반발을 사왔다.
결국 이날 발표는 정부 입맛에 맞게 쓰이지 않은 검정교과서를 불합격시키고 국정교과서와 유사한 내용의 검정교과서만 통과시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의도에 맞춰 만들어진 2015 교육과정과 편찬기준도 바꿔야 하는 판에, 검정심사를 강화하고 편찬기준에 맞춘 집필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검정교과서도 국정교과서와 같은 내용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교육부의 정책 방향은 결국 국정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올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대다수 시·도 교육청에 대해 시정명령 등 제재를 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에도 들어갔다.
김경욱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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