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학들이 졸업식을 잇따라 취소한 가운데, 서울대학교가 성적 우수자 등 66명만이 참석하는 ‘간이’ 졸업식을 열기로 해 “성적 지상주의적 발상”이라는 학생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오는 26일 제74회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되, 그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참가자는 각 단과대와 대학원이 선정한 학사·석사·박사 대표 66명과 그들의 가족들(대표 1명당 동반 2명 이내)이 전부다. 대표는 통상적으로 성적 우수자 가운데 선정된다.
이러한 학교의 결정이 전해지자 지난 18일 ‘서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수천 명의 졸업생을 들러리로 만든 최악의 졸업식”이라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학점보다는 연구나 인턴 활동에 더 의의를 두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번 졸업식은 이러한 다원적인 특성을 모두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을 주지 말자는 게 아니”라며 “졸업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서 최우수상을 받는 학생들만을 초대하지는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글에는 “취소하려면 아예 전부 취소를 하지 대표 66명의 학생만 참석하는 졸업식은 진짜 이해가 안 간다” “이러다 수석 66명(만 참석하는) 입학식도 하겠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서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시헌(24)씨도 “예전부터 성적 우수자들을 단상에 세워 상을 주는 졸업식 행태가 굉장히 고루하다고 느꼈다”며 “졸업식을 전체 졸업생들이 아닌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명예를 주는 자리로만 생각하는 학교당국의 인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대 관계자는 “졸업식을 아예 취소하는 것보다 간소하게나마 진행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머지 졸업생들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 포토존을 만들고, 8월 후기 졸업식에도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졸업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집단 행사는 가급적 자제, 연기, 또는 철회하라”고 대학들에 권고했다가, 지난 13일 대학들에 다시 공문을 보내 방역조처를 철저히 하면 졸업식 등 대규모 행사를 무조건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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