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추가 개학 연기 여부를 발표한 17일 낮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정문이 닫혀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교육당국이 전국 유·초·중·고 모든 학교들의 개학을 4월6일로 다시 미룬 것은, 앞으로 학교가 코로나19의 ‘조용한 전파’ 집단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많은 학생이 밀집해 있는 학교가 문을 열면 학생들의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각 가정의 부모를 거쳐 지역사회로 전파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유아·청소년 누적 확진자가 이달 7일 379명에서 15일 기준 510명으로 늘어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교육부는 개학일을 이달 2일에서 9일로 한 차례 미룬 뒤, 다시 23일로 연기한 바 있다. 이번이 세번째 개학 연기 결정이다. 3차 학교 휴업명령은 교육부가 마련한 코로나19 관련 학사일정 조정안에서 2단계에 해당한다. 지난 3주 동안 방학을 앞당겨 쓰는 개념으로 개학을 연기했던 1단계 조처와 다르게, 법으로 정해진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고 190일)를 줄여야 한다. 실질적인 ‘학습 공백’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법정 수업일수 감축에 비례해 수업시수 감축도 허용하기로 했다. 교육과정상 수업시수를 그대로 두면 나중에 학생들이 단기간에 소화해야 하는 수업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의 경우 열흘을 감축해 수업일수가 180일로 줄어들게 된다. 7월 중하순에 1학기를 마친 뒤 2주 동안 짧은 여름방학에 들어가고, 8월 초중순께부터 연말까지 2학기를 운영하는 식으로 학사일정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교육부는 “학사일정 운영은 개별 학교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1학기 중간고사 실시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일괄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열흘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조정이 학사일정 운영에 크게 무리가 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는 3월 넷째 주부터 정규수업에 준하는 다양한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보 소외계층 학생에게 피시, 통신비를 지원하는 등 원격학습으로 장기화될 학습 공백을 막겠다고 밝혔다. 수업시수에 포함되진 않지만, 학생들이 “정규수업에 준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학교급·학년·학생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 있게 내실을 더 다져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이번 추가 개학 연기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필요했던 조처”라는 반응이다. 다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체 학사일정 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가정 경제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는 학습 수준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불안이 크다. 연기된 개학일에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신호를 주고 학습 결손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장 5주 동안 이어질 돌봄 공백에 대해서는 사실상 뾰족한 추가 대안이 없는 상태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정부는 1인당 연간 10일까지 허용된 가족돌봄휴가를 쓰도록 권장하고, 5일까지는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학교 휴업이 5주까지 늘어나면, 맞벌이 부부가 모두 10일씩 가족돌봄휴가를 써도 돌봄 공백이 생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가족돌봄휴가 확대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초등학교에서 제공하는 긴급돌봄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안전한 돌봄을 제공하며, 프로그램 운영을 내실화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감염병 유행이라는 상황의 특성상 긴급돌봄 이용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4월 초가 되어도 학교 문을 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교육부도 “개학 일정은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운영해가겠다”고 하는 등 신중한 태도다. 교육부는 일단 4월6일에 학교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신학기 개학 준비추진단’을 꾸려 학교 방역 등 개학 전 준비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나눠주고, 학교에서 유증상자가 나올 경우 활용할 보건용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비축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학교에도 적용해, 학생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띄워놓을 수 있게 책상 재배치, 급식 환경 개선 등도 추진한다.
한편 학교 휴업으로 생계 위협을 겪게 된 조리사 등 교육공무직 가운데 ‘방학 중 비근무자’에 대해, 교육부는 “휴업 기간에도 출근해 긴급돌봄을 지원하고 청소·위생관리 등 대체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일부 교육청 소속 ‘방학 중 비근무자’들은 이미 지난 23일부터 출근을 시작한 상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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