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전국 각급 학교 개학을 4월6일로 다시 연기하며 학원 휴원을 권고했지만, 문을 여는 학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학원 앞에 대기 중인 학생 수송 차량.
정부가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의 개학을 오는 23일에서 4월6일로 2주 더 연기하기로 했지만, 학원 휴원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이 재차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학원들은 “재정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학원도 협조·동참해줄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며 “만약 학원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개학 연기(3월9일→3월23일)를 발표할 때에 이어 또 한차례 ‘당근과 채찍’을 함께 강조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휴원을 강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게 고민이다.
현행법상 교육당국은 학원에 휴업을 ‘권고’만 할 수 있다. 학원들이 이를 꼭 따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1차 개학 연기(3월2일→3월9일)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전국의 학원 휴원율은 49.6%에 그쳤다. 지난 5일에도 전국 학원 휴원율이 43.3%에 그치자 교육부는 휴원하는 학원에는 방역비 지원, 저금리 대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하는 한편, ‘학원 내 감염’이 발생하면 해당 학원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 지역 휴원율이 13일 42.1%에서 16일 23.8%로 되레 18.3%포인트 감소하는 등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학원들은 장기 휴원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문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종로학원,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 대형 학원 상당수가 3주가량의 휴원을 끝내고 16일 문을 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들의 학업 공백은 물론 급여제 강사들의 수업 결손에 따른 생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3주 이상의 휴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 대신 학원 쪽은 열화상 카메라 설치, 수강생·강사 전원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예방 조처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영어전문학원 원장은 “강사 7명과 차량 운전기사 3명의 월급에 기본적으로 드는 경비도 있어 더는 휴원을 하기가 어렵다. 학원을 열어달라는 부모님들의 요구도 적지 않다”며 “매일 소독을 하는 등 위생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술·음악 등을 가르치는 중소학원들의 타격은 훨씬 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앞서 3주 정도는 연합회에서도 교육부의 휴원 권고에 협조를 했지만, 학원 폐업이 잇따르면서 이젠 학원들에 휴원 독려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기존에 발표한 경제적 지원안을 확대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학원을 동참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교육청에서 휴원 증명서만 받아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도록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신청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안전을 우선하는 학원’ 특례 보증 대출 상품도 3월 안에 출시해 장기 휴원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영세학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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