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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온라인 개학 첫날, 불안한 서버에도 ‘수업혁신’ 가능성

등록 2020-04-09 15:40수정 2020-04-09 16:13

9일 사상 첫 온라인 개학 현장
마스크 쓰고 카메라 앞에서 손 흔드는 아이들에게
혼란스럽겠지만 선생님 지시 잘 따라달라 당부
처음이라 긴장했지만 재미있었다 학생 반응도

“어색하지만 혁신 계기” 교육계 기대감
출석관리·서버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중3, 고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9일 서울 양천구 한 가정에서 개학을 맞은 중학교 3학년 쌍둥이 자매 박하늘, 박가을양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중3, 고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9일 서울 양천구 한 가정에서 개학을 맞은 중학교 3학년 쌍둥이 자매 박하늘, 박가을양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얘들아, 출석 번호대로 이름을 부를테니까 오디오 켜고 ‘네’라고 대답해줘. 선생님이 확인할 수 있게 손도 한번 들어주고.”

9일 아침 8시10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5반 교실. 담임인 김우영(33) 교사가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제자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기 시작했다. 집이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카메라 너머 선생님과 친구들에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김 교사는 제자들에게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아침 조회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교과 선생님 지시 잘 따라달라”며 당부하고 “이따 오후 종례 시간에 다시 만나자”며 나중을 기약했다.

이날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정규수업으로 인정되는 원격수업에 나섰다. 원격수업 형식은 실시간 쌍방향과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 자료와 이비에스(EBS) 강의 자료 등을 활용한 콘텐츠 활용 수업 등 다양했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진행됐지만 학생들은 오래간만에 열린 학교 수업인만큼 설렘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된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 3교시 영어 수업 때는 한 학생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춤을 춰보이기도 했다. 숭문중의 경우 학생들의 생활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1~2교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3~4교시는 콘텐츠 활용형, 점심 이후 오후 수업은 과제형으로 시간표를 구성했다.

입시를 앞둔 고3을 위해 교사들은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여고 3학년3반 1교시에 선택과목인 심리학 수업을 쌍방향으로 진행한 이경주 교사는 학생들을 향해 “고3의 특성상 너무 번거롭지 않게 예시나 사례를 찾는 정도의 과제를 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심리테스트와 동영상 자료 등을 활용한 수업을 끝낸 한 학생은 “이런 형식의 수업이 처음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긴장도 많이 했는데 재밌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인만큼 수업 중간 당황스러운 순간도 종종 있었다. 서울여고 3학년5반의 경우 반 정원이 모두 23명인데 이날 아침 온라인 조회에서는 2명이 사전 연락 없이 들어오지 않았다. 1교시 심리학 수업 도중에는 동영상 자료의 소리가 한때 나오지 않아 교사가 말로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숭문중학교에서는 이날 아침 9시에 열린 온라인 개학식에 3학년 137명 가운데 44명이 구글 로그인 문제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앞서 우려했던 이비에스(EBS) 서버에도 문제가 생겼다. 서울여고 연구부장인 송원석(44) 교사는 “오늘 아침 7시께 다음주 수업을 위한 영상 자료를 이비에스 서버에 업로드하려고 했는데 2~3시간이 지나도 완료가 되지 않아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혼란이 있긴 했지만 교사들은 대체로 원격수업이 교육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숭문중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윤석준(58) 교사는 “나처럼 아이티(IT)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많은 교사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지금은 어색함을 극복하는 과정이지만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교육 콘텐츠와 구조가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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