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원격수업 관리반을 운영한다는 홍보 문구가 담긴 한 학원의 누리집.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전국 초·중·고 모든 학교가 온라인 개학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학원들이 “학교 대신 학원에 오라”며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실태가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20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학원들이 온라인 개학의 취지를 몰각하고 ‘학원으로 학교가자’며 학교 정규수업 시간인 오전부터 온라인 수업 관리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단체는 교육당국이 더욱 대대적이고 세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사교육걱정이 수집한 일부 학원들의 광고를 보면, ○○학원은 “학원으로 학교가자!”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개학 후 오전 8시5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학교 온라인 수업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홍보했다. △△학원은 “온라인 수업 진도 및 과제 체크”, “온라인 수업 내용 질문 가능”, “교실과 동일한 학습 분위기 조성” 등을 장점으로 내걸고 온라인 수업 관리반 운영을 홍보했다. 이밖에 “학원으로 등교하자”, “온라인 수업보다는 ◎◎학원으로” 따위의 홍보문구도 동원됐다.
학교 원격수업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학원의 광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이 단체가 조사한 ‘온라인 개학 관리반’ 운영 학원 10여곳은 이르면 오전 7시50분부터 시작하는 등 대체로 등교 시간과 동일한 일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학원의 ‘온라인 개학 관리반’ 시간표를 보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학교별 온라인 수업 시청 및 과목별 멘토링”을 하고 급식이나 도시락으로 점심·저녁식사를 해결하는 등 학교와 거의 같았다. □□학원은 “고등학교 등교 이전까지 학교별 온라인 수업 학원에서 관리·감독”하는 온라인 수업 관리반을 운영하며, “등교 이전까지 ‘풀타임’으로 이용 가능하고 등교 후에는 재학생 정규반 스케줄로 변경된다”고 알렸다.
이런 실태에 대해 사교육걱정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온라인 개학의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으로 재난 상황에서 학생·학부모의 고통과 불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학원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원이 학교 교육시간까지 침범하는 것은 학교 교과 학습을 보충하는 사교육의 역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에 등록하지도 않은 교습과정을 운영하고 이에 대해 교습비를 받은 것은 학원법 위반, 학교 원격수업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학교 일과시간에 학원이나 공부방이 운영하지 못하도록 대대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고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또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의 출석체크나 과제를 대행하는 행위, 온라인 강의 업체에서 학교 일과 시간에 실시간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는 행위, ‘기말고사 범위 폭탄’ 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선행학습 상품 판매 행위 등에 대해서도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나아가 감염병 유행 같은 상황에서는 학원에 대해서도 학교와 같이 휴원 명령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학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원격수업 관리반을 운영하는 한 학원의 시간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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