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초등학교 1~3학년 137만명(예상)까지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이날부터 모든 초·중·고교 학생 535만명이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일부 학원들은 ‘부모 개학’ 등 원격수업의 빈틈을 노려 “학교 대신 학원에 오라”며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초등 1~3학년은 지난 9일과 16일에 이어 세번째로 온라인 개학 대열에 동참했다. 학생 다수가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 이날은 학습 플랫폼 안정화의 최대 고비로 꼽혔으나, 로그인 자체가 안 되는 등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방송>(EBS) 온라인 클래스에서는 동영상 끊김 현상이, 이(e)학습터에서는 오전 8시53분부터 9시8분까지 약 15분간 접속 지연이 발생해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교육방송> 온라인 클래스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60만1396명이었고, 이학습터는 62만760명이었다. 이학습터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지난 16일에 견줘 최대 동시접속자 규모는 조금 줄어들었으나, 접속이 유지되는 규모는 더 늘었다. 앞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년과 달리 텔레비전 <교육방송> 채널에서 내보내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학습하는 초등 1~2학년들은 방송 내용이 ‘재탕’이라는 불만을 드러냈다. 공공 학습 플랫폼과 별도로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등을 받아보는 ‘학교종이’ 앱이 아침 9시 전후로 접속이 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출석 확인에 애를 먹기도 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초1 학부모 김아무개(38)씨는 “학교종이 앱이 자꾸 에러가 나서 결국 담임 교사 휴대전화에 문자를 보내 출석 확인을 했다”며 “출석부터 과제까지 부모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원이 학교 원격수업을 정규수업 시간과 유사한 일정으로 학원에서 듣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불법 논란이 제기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수집한 학원 광고를 보면, ㄱ학원은 “학원으로 학교 가자!”라는 제목으로 오전 8시5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학교 온라인 수업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홍보했다. ㄴ학원은 “온라인 수업 진도 및 과제 체크” “온라인 수업 내용 질문 가능” “교실과 동일한 학습 분위기 조성” 등을 자랑했다. 오전 8시50분부터 밤 9시50분까지 운영하면서 점심·저녁식사까지 주는 학원도 있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교습과정을 운영하고 교습비를 받는 것은 학원법 위반, 학교 원격수업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원이 학교 교육시간까지 침범하는 것은 학교 교과 학습을 보충하는 사교육의 역할을 넘어선 것”이라며 “재난 상황에서 학생·학부모의 고통과 불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진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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