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한 지난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 집에서 고3 학생이 학교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오는 24일 전국 고3 42만여명이 등교해 치르기로 했던 전국연합학력평가(학력평가)가 사실상 무산됐다. 시험을 각자 집에서 치르기로 해, 전국 단위의 성적 처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입 준비의 ‘가늠자’라는 의미가 사라졌다.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등교 시험이 무산되면서, 5월 초 이후로 전망된 등교 수업 시점도 정부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학력평가를 주관하는 서울시교육청은 20일 “교육부 지침상 등교가 불가해 24일 (등교 시험) 시행이 곤란하게 됐다. 시·도 교육청 협의 결과 더 미룰 수도 어렵다고 판단해 예정된 날짜에 실시하되,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 프로그램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애초 교육부는 등교 시험 여부를 시·도 교육청이 협의해 결정하라고 했었다. 일부 교육청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24일 딱 하루는 등교해 시험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5일까지로 다시 연장되면서, 막판에 교육부가 등교 시험을 막아섰다. 서울시교육청이 등교 시험 여부를 발표하기로 한 날 아침 각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등교가 중지된 온라인 개학 기간에는 학생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학력평가 응시를 위한 등교 출석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이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 아래 이날부터 필수적인 시험은 허용한 정부가 등교 시험을 막은 것은, 학교라는 공간의 전파 위험성과 그에 대비한 방역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등교 수업 시기 결정은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5월5일까지 방역당국이 생활방역으로 전환할지 결정을 하게 되고 교육부도 사전에 등교 준비를 하겠지만 곧바로 5월6일부터 등교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력평가를 치르는 학생들은 24일 아침 일찍 학교에서 문제지를 받아와 집에서 시험 시간표(오전 9시40분~오후 5시2분)에 따라 문제를 풀고, 오후 6시 이후 공개되는 정답·해설을 보고 자율적으로 채점하게 된다. 학교는 문제지를 받으러 온 학생들의 발열을 확인하고, 방문시간을 분산시키는 등 학생 간 대면을 최소화해야 한다. 교시별 문제지는 해당 교시 시작 시간에 맞춰 시·도 교육청과 이비에스아이(EBSi) 누리집에도 올라가므로 집에서 직접 프린터로 인쇄해도 된다.
이번 학력평가는 성적 처리를 하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 쪽은 “(감독 없이 치는 시험이라) 시험 결과에 신빙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성적 처리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전체 응시자 가운데 등급과 백분위 석차 등 학생들이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알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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