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유치원생과 초·중·고등학생 등교일이 예정보다 일주일씩 늦춰진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수업 시작일이 다시 늦춰지면서, 올해 학교에서 처음 치러지는 전국연합학력평가(학력평가)도 5월21일로 1주일 연기됐다. 교육당국은 더 이상의 대입 일정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3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 부담은 한층 커졌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등교수업이 가능한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해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등교하는 고3 학생들은 여름방학 전까지 무려 5개의 시험을 연달아 봐야 한다. 우선 등교 다음날인 21일 경기도교육청 주관의 학력평가를 치러야 한다. 이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6월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평가, 7월22일 인천시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를 봐야 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신 성적의 공정성이 중요한 고등학교의 경우 (시험을 통합하지 않고) 중간고사는 6월 둘째주에서 셋째주, 기말고사는 8월 첫째주나 둘째주에 대부분 치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고사 기간과 6월 모의평가가 겹쳐 일각에서는 6월 모의평가를 일주일 정도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뜩이나 원격수업으로 재수생·반수생에 비해 재학생이 학습량 등에서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처럼 빠듯한 일정은 고3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고3들은 등교 뒤 비중 있는 시험들이 짧은 기간에 연달아 실시되면서 그에 대한 심적인 부담감과 불안감으로 체계 있는 수능 준비를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경우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텅 빈 학교생활기록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비교과 영역인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을 평가하고 학생부에 적을 수 있게 열어뒀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입시에 도움이 되는 기록은 등교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과연 20일 등교가 가능할지 여부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지면 20일 등교가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입시분석가인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일주일 정도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등교 시점이 6월로까지 미뤄지면 중간고사를 치르거나 학생부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생겨 수능 재연기 등 입시 일정을 전반적으로 다시 손봐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1일 발표한 논평에서 “교육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1~2주 개학 연기 등 단기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학교 현장과 사회에서 큰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일주일 연기 등 특정 시점을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 수, 감염병 위기 단계 등 등교수업이 가능한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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