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0여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관계자 등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에 돌입한다고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수업이 온라인수업으로 대체되는 등 대학가의 ‘학습권’ 피해에 대해, 대학생들이 각 대학과 교육당국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 대학 학생회 등의 단체들이 모인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반환 소송과 고등교육법과 대학 등록금 관련 규칙에 대한 법안개정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 300만 대학생들은 행사 취소, 수업 전환, 시설 미이용 등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책정된 등록금만큼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나, 지난 넉달 동안 대책은 전무했고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18일부터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6월말에 각 대학들과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소송에선 ‘등록금 일부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등을 묻는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이 대면수업을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는데도, 등록금은 그대로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특별장학금 지급 등에 나섰지만, 대학생들은 납부한 등록금에 대한 명확한 반환 또는 환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이 전국 203개 대학 2만1784명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9.2%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등록금 반환 형태’에 대해서는 87.4%가 “납부한 등록금에 대한 반환·환급”을 꼽았다. “납부한 등록금 금액에 비례해 지급”(54.3%)되어야 하며, 적절한 비율로는 “반액 반환”(55%)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는 “과거 기성회비 폐지, 입학금 폐지 등도 학생들의 법적 대응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50여곳 대학 학생들이 반환 소송과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25만여명 학생들이 등록금·기숙사비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교토예술대학, 미국 아이오와주와 위스콘신주 일부 대학들은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하여 등록금 일부 반환을 결정했다”고도 지적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 소송뿐 아니라 등록금 반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고등교육법과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등 법제도를 바로잡는 데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명확한 등록금 면제·감액 규정이 없는 법제도의 빈 곳을 활용해 대학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 법안개정 서명운동을 벌여 이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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