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대학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지난 15일부터 세종시에서 150㎞를 행진해 온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지난 20일 오후 도착지인 국회를 향해 서울 영등포공원 앞을 지나고 있다. 대학생들은 도착 뒤 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시작된 온라인 수업이 부실하고, 학교 시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데 등록금은 그대로”라며 “청와대와 정부, 국회는 등록금 반환 등이 담긴 3차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하반기 등록금을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로 불거진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와 관련해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한 직접적인 현금 지급 방식은 어렵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교육의 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만큼, 대학이 자구책을 마련한다면 당과 정부도 간접적인 지원 방식을 고민하겠다는 태도다. 각 대학이 등록금을 반환하도록 정부가 조처를 취하라는 대학생들의 요구와 거리가 먼 방식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등록금은 대학과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해 주고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현금으로 직접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돌려주는 것은 어렵다”며 “대학의 자구책 마련이 전제된다면, 정부도 대학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간접적인 지원이 가능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런 방침은 앞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밝힌 등록금 대책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부는 줄곧 “등록금 문제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등록금 반환을) 정부 재정으로 커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등록금 환불이 주요 이슈이긴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대학생 모두에게 조건 없이 국가 재정을 투입할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다.
“기존의 대학 지원 예산을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기재부 입장을 참고하면, 국가장학금 2유형 등이 간접지원 방식으로 검토될 수도 있다. 대학이 자체 장학금을 확대하면 정부가 이에 연계해 대학을 지원하는 식이다.
다만, 간접지원 방안이 추진될 경우 관건은 정부가 대학들의 구체적인 자구 노력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다. ‘대학이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면 “정부 지원보다 등록금 반환이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대학생119’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대학의 곳간을 터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금이 돈 많은 사학을 배불리는 데 사용되는 것을 대학생들도 반대하고 있다. 적립금을 쌓아두며 자기 돈 쓰지 않는 대학은 자기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이 열악한 대학은 정부 지원을 받아 모든 대학생이 1학기 등록금을 환불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학습권 침해 등 피해를 봤으므로 일차적으로 대학들이 등록금 일부를 되돌려주는 게 마땅하며, 정부와 대학은 이런 본질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현행법에 등록금 반환 규정이 없는 것에 대해 ‘입법 부작위’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인하대 학생 이다훈씨는 “학생들이 대학 내 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대학이 얻은 부당이득인 시설물 사용료와 교비적립금으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이 등록금 반환 관련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으니 학생들이 “교육부가 컨트롤타워로서 각 대학에 등록금 감액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서 전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원형 황금비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