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뤄졌던 기간이 반영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국어, 수학, 영어 등의 영역에서 상·하위권이 느는 대신 중위권이 줄어드는 ‘코로나19 교육 격차’가 확인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 내놓을 계획이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의원(열린민주당)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방송(EBS)에서 고3 학생들이 치르는 6월 수능 모의평가의 2019~2021학년도 3년치 성적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2021학년도 모의평가에서 국어·수학(나)·영어 영역에서 90점 이상의 비율이 예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득점 비율은 시험의 난이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모의평가의 난이도는 예년에 견줘 쉬웠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저득점 비율인 40점 미만의 비율까지도 예년보다 함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시험이 쉬웠는데도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는 동시에 늘어나는 대신 중간 점수는 사라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어 영역의 경우 90점 이상의 비율이 2019~2021학년도 3년 동안 5.45%에서 2.64%, 7.15%로, 40점 이하의 비율은 24.36%에서 24.73%, 26.23%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위권인 60점 이상 90점 미만의 비율은 42.03%에서 39.37%로 떨어졌다. 수학 영역 나형의 경우 3년 동안 90점 이상의 비율은 1.93%→3.88%→7.4%로, 40점 미만의 비율은 42.69%→49.73%→50.55%로 높아졌다. 응시자의 절반이 40점 미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60점 이상 90점 미만 비율은 35.37%→25.57%→24.72%로 줄어들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에서도 2019학년도 4.19%였던 90점 이상(1등급) 비율이 2021학년도 8.73%로, 22.88%였던 40점 미만(7~9등급) 비율이 23.34%로 늘었다. 반면 60점 이상 90점 미만(2~4등급) 비율은 45.09%에서 44.8%로 줄었다. 수학 영역 (가)형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6월 모의평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개학이 이뤄진 뒤 한 달만에 치러진 시험이라, 원격수업이 이뤄진 기간 동안의 성취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성적만 놓고 보면, 예년에 견줘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시에 늘어나는 대신 공교육 학습 수준의 기준이 되어야 할 ‘학력 중산층’이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매일 등교했던 고3과 달리 원격수업 기간이 길었던 학년들의 학력 격차가 더 클 우려도 제기된다. 재수생과 재학생 사이의 격차 심화도 우려되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 모평에서 그 차이가 예년보다 더 벌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민정 의원은 “이번 모의평가로 드러난 학력 양극화 문제는 결국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원격교육이 미래교육의 전면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력 양극화, 저학력 학생들의 학력 손실에 대해 교육당국이 책임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학급당 학생 수 축소 등 교육 기회균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교육부도 원격수업 실시에 따른 교육 격차 발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교육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문제 등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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