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고3만 빼고 등교 중지…‘3단계 조처’ 선제적 조처

2주새 수도권 학생 168명 확진에
다음달 11일까지 원격수업 전환
“또 온라인개학해야 하다니 막막”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고3 제외)가 2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이 선생님과 손을 흔들며 하교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전환까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의 모든 학교가 다음달 11일까지 등교를 중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3단계에 해당하는 조처를 학교에서 앞당겨 시행하는 셈이다. 다만 고등학교 3학년은 등교수업을 이어가기로 했고, 12월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예정대로 치러진다. 등교 중지로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어, 가족돌봄휴가 등 정부 지원책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도권 학생 확진자만 168명…선제적 등교 중지 2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어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수도권 지역 유·초·중·고 및 특수학교들이 26일부터 9월1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밝혔다. 애초 수도권 지역 학교들은 26일부터 3분의 1 등교(고등학교는 3분의 2) 예정이었으나, 학생·교직원 대상으로도 감염병이 무섭게 확산하자 아예 당분간 학교 문을 닫고 원격수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진로·진학 준비를 위해 등교수업이 필요한 고등학교 3학년은 원격수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날 교육부 집계를 보면 전국 12개 시·도에서 2100곳 학교가 등교하지 못했는데, 수도권에서는 서울 157곳, 인천 167곳, 경기 524곳이 포함됐다. 이번 유행이 본격화한 이달 11일부터 24일까지 학생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230명인데, 이 가운데 168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학교 문을 닫고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는 것은 원래 거리두기 3단계일 때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조처다. 유 부총리는 “3단계 격상을 방지하기 위해 2단계에서 선택 가능한 가장 강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연계하여 9월11일 이후 기한 연장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했던 1학기 때에 이어, 2학기 시작과 함께 또다시 전면 원격수업을 하게 된 수도권 지역 학부모들은 시름에 빠졌다. 유치원·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데 따라 발생하는 돌봄 부담을 견뎌야 하고, 쌓여가는 학습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한 초등학생·유치원생 학부모는 “온라인 개학 앞뒤로 두세달 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그걸 다시 해야 한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는 돌봄이 꼭 필요한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긴급돌봄에 준하는 돌봄서비스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중식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돌봄만으론 돌봄 공백을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족돌봄휴가를 상반기에 이미 다 써버린 경우도 많아, 어떤 방식으로든 돌봄휴가를 늘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 유은혜 “수능일 변경 없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능일 변경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되풀이했다. 다만 유 부총리는 “3단계 상황이 수능 때까지 지속되면 계획을 변경해야 할 상황일 수 있다. 다만 그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또는 그룹을 나누어 수능을 치르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수능은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당장 실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확진자의 경우 입원한 병원에서, 자가격리자는 별도의 시험장에서, 유증상자는 별도의 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르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외에 기초학력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도 원격수업 이외에 추가적으로 학교에 나와 대면지도를 받을 수 있다. 특수학교와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 농산어촌 학교의 경우에는 지역 상황에 따라 교직원·학부모·학생 의견을 수렴해 원격수업 전환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해당하므로,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미산출제’(패스제) 등 3단계일 때 적용하는 출결·평가·기록 방안은 적용하지 않는다.

최원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