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루에도 몇 개씩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들. 열심히 분리수거 통에 넣고는 있지만 과연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 걸까? 사실 플라스틱 제품 중 재활용이 되는 것은 약 20% 미만이라고 한다. 나머지 80%는 소각 또는 매립되는 것이다. ‘수퍼빈’은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분리배출 방식을 다시 디자인한 기업이다. 쓰레기에 대한 가치와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기업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를 만났다.
Q.‘수퍼빈’의 사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순환경제 체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제 체제는 생산과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였어요. 생산자가 자원을 채취해서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가 소비하고, 쓰임이 다한 제품을 폐기하는 3단계였죠. 여기서 폐기된 제품 대부분이 태워지거나 묻히거나, 불법으로 버려져왔고요.
선형경제 체제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고, 폐기물과 플라스틱 문제,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가 닥치자 그 대안으로 떠오른 개념이 바로 ‘순환경제’예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쓰인 자원을 전부 폐기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계속해서 사용해, 자원이 돌고 돌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그리고 ‘수퍼빈’은 제품이 폐기되기 전, 그 사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을 먼저 인공지능으로 분류하고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일을 시도하고 있답니다.
Q. 폐기되기 전 순환할 수 있는 자원을 미리 거르는 거로군요.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 것이 바로 ‘네프론’이고요.
그렇죠. 예를 들어 사람의 손으로 여러 폐기물 중 활용할 수 있는 100개의 페트병을 선별하는 데 100만 원이 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여기서 200개를 모으려면 인건비가 2배가 들겠죠? 하지만 사람 대신 인공지능, 즉 로봇이 디지털 정보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거르게 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재활용품을 거를 수 있게 되죠.
Q. 그렇다면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이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란 어떤 것인가요?
사람이 시각으로 인식하고 뇌에서 해독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컴퓨터가 대신하도록 한 겁니다. 사람은 사물을 분별할 때 시각 정보를 활용합니다. 쉽게 말해 눈으로 보고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있죠. 대신 ‘네프론’은 카메라로 수거한 폐기물을 영상으로 촬영해요. 그리고 촬영한 이미지로 물건의 외형을 학습하고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한 뒤 어떤 폐기물이 들어왔는지 해석하는 거예요. 영상을 해석하고, 여기에 데이터를 해독할 수 있도록 딥러닝 기술이 판독하도록 한 겁니다.
Q. 수퍼빈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네프론을 활용한 사람들이 현금으로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수퍼빈은 무엇으로 이익을 얻나요?
수퍼빈은 모인 폐기물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네프론으로 사람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쓰레기의 가치, 쓰레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 조금 더 신경 써서 분리수거를 할 테니까요. 또 소비자가 재활용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물건을 선택한다면 생산자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물건, 포장재를 만들겠죠?
Q. 그러고 보면 대표님은 경영학도이신데요.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회사를 꾸리게 되셨나요?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처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는 특허를 받은 신기술이 넘쳐나요. 그런데 이게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죠. 전 이런 특허를 사고, 투자해서 활용해 기업을 만든 거예요. 창업 초기에는 직원이 한 명만 남고 다 떠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그 시기를 모두 이겨낸 끝에 지금 수퍼빈은 회사 가치가 1000억이 넘어요. 5년 만에 1000억이 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있죠.
Q. 앞으로 ‘수퍼빈’이 가진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 하반기에는 ‘네프론 2.0’이 공개될 예정이던데요.
네프론 2.0은 활용하는 기술부터 외관까지, 아주 달라질 거예요. 앞으로는 도시를 설계할 때 전기와 통신, 상하수도를 계산하고 설계하듯 네프론 역시 도시의 기반시설, 꼭 필요한 인프라로 취급하게 될 날이 올 거예요. 모두가 어디에서나 순환자원을 버릴 수 있고, 이것을 드론이 회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채굴하는 거죠.
Q. 돈보다 중요한 환경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벤처 사업으로 펼치고픈 친구들도 생겨날 텐데요. 이런 친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환경을 지키는 행위는 곧 다른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선한 행동이에요. 인간으로서는 신에 가까운 거죠. 수퍼빈은 많은 사람이 이러한 선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요.
이제 성장을 이끄는 것은 벤처회사들이 될 겁니다. 사업이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쓰고, 맘껏 해볼 수 있는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죠. 힘든 시기를 버틸 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철학과 소명감입니다. 자신만의 옳은 철학이 있는 친구들이 멈추지 않고 도전하기 바랍니다.
■ 자원 활용의 문화를 바꾸는 수퍼빈 서비스 모아보기
지구의 포유동물 중 야생동물은 약 3%다. 더 이상 야생에서 동물을 볼 수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생태계를 활용하고, 다음 세대에게 지구를 물려주려면 국가와 기업, 그리고 문화와 개인이 바뀌어야 한다. 쓰레기에 대한 가치와 공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픈 수퍼빈의 서비스를 모아봤다.
계속 똑똑해지는, 네프론
캔 1000~1500개, 페트 500~800개를 저장할 수 있는 네프론. 형태나 바코드가 훼손돼도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다. 끊임없는 딥러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포인트.
현장 출동 서비스, 수퍼큐브
각종 축제 현장 등 단기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현장에 출동해 캔, 페트 등 순환자원을 처리하는 서비스다. 수퍼큐브는 이동이 쉬워 일정한 장소에 방문해 재활용 쓰레기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
면대면 회수로 효율성 UP, 수퍼모아
주기적으로 대량의 순환자원을 수집하는 사용자와 만나 고품질의 순환 자원을 회수한다. ‘수퍼모아’ 라이센스를 취득한 사용자는 라벨과 뚜껑을 제거한 투명 페트를 수집한 뒤 수퍼빈에 바로 팔 수 있다.
학생을 위한 재활용 교육, 수퍼루키
캔, 페트를 교내에 설치된 네프론에 넣고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받는 체험 교육이다. 100개당 봉사활동 1시간으로 적립된다. 서울녹번초, 목운중, 성남중, 경복고 등에서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자원순환 관련 강연과 공모전, 환경 관련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오계옥, 수퍼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