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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코로나 2년차 등교 한달 “실시간 쌍방향 수업 늘어 좋지만…”

등록 2021-03-31 15:26수정 2021-03-31 20:56

코로나19 2년차 개학 한달 돌아보니

효과적 원격수업 방식 두고 현장갈등
방과후학교 운영률 교육부 통계는 75%
현실은 프로그램 대폭 축소 등 반영 못해
지난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로부터 알림장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로부터 알림장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초등학교 4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정아무개(44·서울 마포구)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녀들의 원격수업을 종종 지켜보곤 한다. 정씨는 31일 <한겨레>에 “아이들의 학습 태도가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나아져서 놀랐다”고 말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늘어나고 코로나19 2년차가 되면서 교사들의 원격수업 요령도 부쩍 나아진 덕분이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과제 하나를 내더라도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고, 체육 시간엔 실시간으로 ‘푸시업’을 시키고 실제로 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아이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2일 시작된 코로나19 2년차 개학이 곧 한달을 맞는다. 교육부는 올해 가장 큰 정책 목표를 ‘학교의 일상 회복’으로 삼고 등교 확대, 방과후학교 활성화, 원격수업 질 향상 등을 꾀하고 있다.

특히 불만이 많았던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와 학생 간에 실시간 소통을 강화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는 화상수업 외에도 실시간 출결·채팅 등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과제제시형·콘텐츠 활용형 수업도 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화상수업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올해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인 <교육방송>(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이(e)학습터에 화상수업 기능을 신설하기도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자 학생들의 기초생활이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난해에는 제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조차 무너진 학생들이 많았다”며 “올해는 과제제시형 수업을 하더라도 출결을 실시간으로 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집에 있는 학생들이 시간표에 맞춰 책상 앞에 앉아있게 됐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김진훈 교사(서울 숭의여고)도 “동영상 수업도 출결 확인을 실시간으로 하고 영상을 보도록 했더니 올해는 결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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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만능열쇠’?

하지만 실시간 쌍방향, 특히 화상수업이 원격수업의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들의 발달수준과 교육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게 교육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학 이후 일부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전 차시 실시간 화상수업’을 강요해 현장 교사들과 부딪치는 사례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가 최근 서울 초등학교 교사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일 화상수업을 실시한다는 학교가 82.8%인데 이들의 23.6%는 ‘관리자의 강요’로 전 차시 화상수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균자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고는 해도 지난해 발달이 많이 지체됐고 전 차시 화상수업을 받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를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담임교사가 효과적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상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꼼수’도 늘었다. 일부 학생들은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도 책상 아래에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데, 이 때문에 교사들이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라고 요구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원격수업의 한계도 여전하다. 지난해부터 2년째 영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줌으로 듣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이현호군은 “학기 초에 선생님 질문에 대답을 잘 못 하던 친구들은 학년 말에도 대답을 잘 못 했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첫 등교를 시작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엄마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1학년도 첫 등교를 시작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엄마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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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운영률 97.8%라고?

‘학교 일상 회복’의 또 다른 축인 방과후학교 활성화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수요자가 있음에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학기 47.9%까지 떨어졌던 방과후학교 운영률이 3월8일 기준 74.9%로 회복됐고 운영 예정인 학교까지 포함하면 운영률은 97.8%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부모가 체감하는 현실은 크게 다르다. 교육부가 내놓는 운영률은 교과 보충수업 위주인 중·고등학교까지 포함하고 있고, 운영은 하되 프로그램 수가 크게 축소된 상황 등은 보여주지 못한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오아무개(52)씨는 “맞벌이다 보니 방과후학교에서 돌봄과 사교육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었다”며 “올해는 등교도 확대된 만큼 방과후학교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학교에서 전체 학부모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가 더 많으니 1학기에는 운영하지 않겠다고 15일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방과후학교보다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가 더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수요자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야 했다”며 “정작 수요자의 목소리는 무시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 고양시, 충북 청주시, 대전시 등에서도 1학기에 방과후학교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노조가 항의하자 그제야 프로그램을 개설한 초등학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욱 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은 “수요조사, 수강신청까지 다 하고도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이유로 덜컥 1학기에는 운영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학교들이 많다”며 “정규수업·돌봄교실과는 달리 방과후학교만 두고 감염을 우려한다는 것 자체가 막연한 불신과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운영 사유 등을 파악해 방과후학교 활성화를 더욱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개학 전 우려와 달리 학령기 연령(만 3살~18살)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일 개학 이후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이 1월1일부터 3월20일까지 학령기 확진자 3830명을 분석한 결과 2월14~20일 330명이던 확진자수는 2월21~27일 275명으로 줄었다가 2월28~3월6일 313명, 3월7~13일 319명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개학 3주차인 3월14~20일에는 241명으로 되레 줄었다. 2월28~3월20일 교육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5명 이상)은 유치원·어린이집 8건, 초·중·고 3건, 학원 5건 등이다. 다만 교육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것을 고려해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적용될 때까지는 등교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다. 송성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대표는 “교사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상반기에 시작되는 만큼 학교 방역을 더 철저히 한다는 전제 아래 교육당국이 등교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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