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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 학생인권종합계획, 처음으로 ‘성소수자 학생’ 명시해 지원

등록 2021-04-01 11:59수정 2021-04-02 02:13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발표
1기와 달리 ‘성소수자 학생’ 명시
인권침해 땐 상담 지원하고 학교 성인권 교육 강화
연합뉴스
연합뉴스
“13살 범성애자(성별에 상관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성적 지향)입니다. 선생님이 레즈비언, 게이 같은 동성애자들이나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들은 전부 정신병자라며 우리 반엔 없길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살 범성애자 논바이너리(남·녀 이분법적인 성별로 자신을 인식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돌아 친구 관계는 물론 학교 생활이 무너졌습니다.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과 조롱을 학교 폭력으로 넘기는 과정 속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4일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성 소수자 학생들의 경험담이다. 앞으로 서울 초·중·고에 다니는 성 소수자 학생들은 이처럼 차별과 혐오 등으로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상담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1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을 발표했다. 3년에 한 번씩 교육감이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세워 발표하도록 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따라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계획안이다.

‘학교 일상에서 인권이 실현되는 서울교육’을 목표로 마련된 이번 계획안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으로 ‘성소수자 학생’을 호명하고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지원 방안을 담았다는 점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과 전북, 충남에서만 학생인권조례에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보장받는 소수자 학생 가운데 하나로 ‘성 소수자’를 명시하고 있는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 소수자’를 명시한 건 서울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의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에도 ‘소수자 학생 차별 예방 및 지원’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당시 동성애 반대 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고려해 장애학생, 학생선수를 제외하곤 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2기 계획안은 소수자 학생으로 △장애학생 △다문화 학생 △성 소수자 학생 △학생선수를 꼽았다. 특히 성 소수자 학생이 차별·혐오 등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서울시교육청이 상담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학생과 교직원들의 성인식을 개선하고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성인권 교육을 강화한다. 각종 교육자료·홍보물에 차별적인 내용이 담기진 않았는지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을 통해 성 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혐오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는 상황에서 이 학생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관련 내용을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트랜스젠더 활동가 김기홍씨와 트랜스젠더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등 차별에 내몰린 성 소수자들의 현실이 조명된 점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초 서울시교육청이 성 소수자 학생 보호·지원방안을 담은 2기 계획안의 초안을 공개하자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은 “동성애 의무 교육을 강화한다”고 주장하며 성 소수자 학생 보호 방안 명시를 반대해왔다. “청소년의 성적 음란함과 에이즈 질병으로 치닫는 심각한 상황을 서울시교육청이 방치하고 있다”고도 했다.

초안대로 2기 계획안이 확정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온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사무국장 유승희씨는 이날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 만에 ‘성 소수자 학생’이 당당히 언급됐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향후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조처들이 이뤄져 성 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짧은 논평을 내 “차별세력의 저항과 일부 시민들의 오해가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흔들림없이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하길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전교조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육주체로서 당당히 참여하고 민주시민의 역량을 기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2기 계획안에는 지난해부터 만 18살에도 선거권이 부여됨에 따라 선거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선거교육 가이드를 마련해 학생들이 선거권자로서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노동인권교육도 강화한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노동인권자료를 개발하고 ‘학교밖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사례집도 보급할 예정이다. 또 코로나19로 장기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초등학생 기초학력 보장을 지원하고 학생 맞춤형 원격수업 모형 등 도 개발하기로 했다. 또 1기와 달리 학생인권 교육 대상을 보호자까지 확대했다. 학교별 인권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이른바 ‘서울형 학교민주주의 종합지표’도 개발해 2023년 이후부터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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