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감염병관리팀 관계자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확인·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낮은 정확도로 인해 학생과 교직원에게 이를 우선 적용할 경우 학교방역 체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방역당국은 거의 동시에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볼 만한 예시로 학교를 제시했다. 하지만 교사단체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왔고, 정부 내에서도 교육부는 “시기 상조”라고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이는 코로나발 학습과 돌봄 공백, 교육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해 등교를 확대한 상황에서 ‘가짜 양성’ 환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곧바로 등교를 중지해야 하는 등 여파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위원장은 19일 <한겨레>에 “현재 학생들이 등교 전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땐 등교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자가검사키트 도입 땐 증상이 있어도 키트의 ‘음성’ 결과만 믿고 등교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키트를 개인용으로 허가한 것으로, 본인이 스스로 검체를 체취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적어도 6시간이 걸리는 유전자 증폭 검사(RT-PCR)에 견줘 15~30분 안팎에 결과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낮아 ‘가짜 양성’ 또는 ‘가짜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만만찮다.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국내 한 업체의 신속항원검사키트를 검증한 결과, 민감도(확진자를 양성으로 판정)가 41.5%로 나왔다. 확진자 10명 가운데 4명만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셈이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자가검사키트를 우선 적용하면, ‘가짜 음성’이 나온 학생과 교직원이 학교를 드나들면서 교내 감염을 되레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짜 음성’ 결과를 믿고 방역 수칙 준수가 해이해질 것이란 얘기다. 김선아 보건교사회 부회장(서울 송정중)은 “최근 학교 감염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이 마스크를 턱에 내리는 등 이미 지난해보다 해이해진 사례가 나오는데 키트 도입 뒤 더 해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짜 음성’보다 ‘가짜 양성’이 더 문제될 것”
전문가들은 학교의 경우 ‘가짜 양성’이 감염 확산을 키우진 않겠지만 교육 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학교 우선 적용 이유로 “온라인 수업 장기화에 따른 기초학력 저하와 격차 확대”, “대면 수업 정상화 여건 마련” 등을 들었다. 하지만 ‘가짜 양성’이 나와 등교 중지를 할 경우 학생들에게 더 큰 타격으로 이어진다. 앞서 지난 18일 0시 기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진행한 신속항원검사 1만8579건 가운데 양성으로 나온 48건에 대해 유전자 증폭 검사를 실시한 결과 33.3%(16건)가 ‘가짜 양성’으로 나왔다. 키트의 민감도뿐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음성으로 가려내는 능력을 뜻하는 특이도도 정확도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학교는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한 명이라도 나오면 (유전자 증폭 검사에 준해)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키트 도입이 오히려 등교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에선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자가검사키트도 없는 상태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지난 13일 <와이티엔>(YTN) ‘뉴스큐’에 출연해 “키트가 얼마나 유용한지 확인하려면 검증된 기관에서 공인을 받아야 하는데, 각 키트마다 나름의 연구 결과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식약처 승인을 받은 키트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정확한지 공신력 있게 판단할 근거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한 외국에서도 ‘가짜 양성’은 골칫거리다. 영국은 지난달 8일 전면 등교를 재개하면서 학생들에게 매주 두 차례 집에서 신속검사를 받게 했다. 하지만 이틀 뒤 비비시(BBC)는 “개학 첫주~둘쨋주 사이에만 수천 명의 학생이 ‘가짜 양성’ 판정을 받게 될 수 있다”며 “‘가짜 양성’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습 공백 등) 부당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에 집단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서울시 쪽의 해석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서울시는 “전체 확진자 가운데 19살 이하 비중이 1월 7%에서 3월 말 11.2%까지 올라갔다”고 근거를 들었지만, 이는 감염 경로를 따지지 않은 단순 분석이다.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이후 서울의 학생·교직원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교내 감염(11.8%)보다 가족 간 감염(53%) 등 주로 외부 요인으로 학교에 코로나19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물론 유행 정도가 심해지면서 학생·교직원 확진자 수가 3월에 견줘 4월 들어 증가세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4차 유행 초입에 들어선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재갑 교수는 “학교 감염을 줄이려면 결국 지역사회 감염을 줄여야 한다”며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했을 때 학교에 자가검사키트 적용은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는) 발열 검사, 유증상 확인 등 기본적인 학교 방역 지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서혜미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