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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창 말 배울 나이에 가려진 입…마스크, 언어발달 늦춘다

등록 2021-05-24 21:16수정 2021-05-25 09:42

어린이집 원장·교사 71.6% 응답
“코로나19, 아동 발달에 영향”
언어 발달 지연 75%, 근육은 77%
“실내생활 탓 공격적 행동” 63.7%
학부모 83.5%는 “미디어 노출 ↑”
“영유아 시기 중요…정부 대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종시에서 세살 아들을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아무개(39)씨는 요즘 걱정이 많아졌다. 아이가 한창 말을 익힐 시기인데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교사나 또래 친구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이씨는 “영유아 시기는 며칠 사이에도 말이 훌쩍 는다”며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게 길어지다 보니 소통 기회가 줄고 언어 발달이 늦어진다고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주변에 꽤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마스크를 쓰면 아이들이 입 모양뿐만 아니라 찡그리거나 웃는 등의 표정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전체적인 소통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과 같은 반 친구 다섯 명 중 두 명이 언어발달 지연을 우려한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코로나19 여파로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의 감소, 운동시간 감소와 신체발달 저하 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학부모들은 10명 중 7명이 ‘엄마표 사교육’을 늘리고, 10명 중 6명은 ‘온라인 플랫폼 사교육 이용’을 더 많이 해서 팬데믹에 대응하고 있으나 과도한 미디어 노출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 등 1451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원장·교사의 71.6%, 학부모의 68.1%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동의 발달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어떤 발달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말엔 ‘바깥놀이 위축으로 인한 신체 운동시간과 대근육·소근육 발달기회 감소’에 77%가 동의했다. 이어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 노출과 발달기회 감소’를 느낀다고 답했다.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짜증, 공격적 행동 빈도 증가’는 63.7%, ‘낯가림, 기관 적응 어려움과 또래 관계 문제 발생 빈도 증가’는 55.5%가 동의했다.

학부모 83.5%는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미디어 노출 시간 증가’를 대표적 변화로 느꼈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화상 영어 수업 등 온라인 플랫폼 사교육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도 60.0%에 이르렀다.

학부모들은 ‘바깥놀이 위축으로 인한 신체 운동시간과 대근육·소근육 발달기회 감소’에 76%가 수긍했다.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짜증, 공격적 행동 빈도 증가’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 노출과 발달기회 감소’에도 각각 60.9%, 52.7%가 동의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팬데믹 아래서 어린이 발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과 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와 교사의 정서적 스트레스에 대비한 일상적 상호작용 매뉴얼 보급 확대, 영유아기 아동들의 발달 지연이 누적되는 상황에 대한 초등 교육과정과의 연계 정책 필요성 등도 제기됐다.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발생률이 더 높은 외국도 어린이에 대해서는 신체·언어 발달 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역수칙을 따르는 한도 안에서 바깥놀이를 마스크 쓰지 않고 하도록 하고 있다”며 “실외가 실내보다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게 확인됐음에도 한국은 놀이터에도 빨간 띠가 쳐져 있는 곳이 많다. 영유아 시기는 결정적이고 누적적인 성장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팬데믹 장기화 속에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이유진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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