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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증권 사장은 왜 삼성물산 주주 블랙록을 ‘책임져야’ 했나

등록 2021-06-21 14:49수정 2021-06-21 15:15

[이재용의 법정을 기록하다]④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등장 이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불투명해지자
‘자문사’ 불과한 삼성증권 사장·PB까지
발로 뛰어 합병 찬성 의결권 확보 나서
삼성물산, 자기주식 우호세력에 매각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의왕/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의왕/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의 ‘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 4회 공판에 한아무개 전 삼성증권 아이비(IB)본부 기업금융팀장이 또다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2, 3회 공판에서 검찰은 한씨에게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계열사의 필요가 아니라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용으로 이뤄진 것 아닌지, 합병을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는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 1:0.35(제일모직:삼성물산)를 위해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안진)을 압박해 원하는 보고서를 만들어내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선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등장 이후 위기감을 느낀 이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의결권 확보를 위해 삼성 계열사와 임직원들을 부당하게 동원하고, 합병 반대 주주에게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의결권을 매표하려 한 의혹 등에 대해 주로 신문했다.

■ 헤지펀드 엘리엇의 등장…삼성의 대응방안은?

2015년 6월4일 엘리엇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엘리엇은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엘리엇의 등장은 삼성에 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2015년 6월1일 옛 삼성물산이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동일인(이건희 회장, 1.37%)과 삼성물산 자기주식(5.76%)을 비롯해 동일인 관련 지분이 19.63%에 불과했다. 엘리엇이 제기한 불공정 합병 이슈가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경우 자칫 합병이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삼성은 합병 찬성 의결권 확보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 당시 삼성증권 아이비본부가 작성하고 이날 공판에서 공개된 ‘이에이(EA·엘리엇 어쏘시어츠) 대응방안’ 보고서다. 해당 문건은 “엘리엇은 현재 보유 중인 지분 및 헤지펀드 등 공조세력을 바탕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통한 합병 무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한 뒤, 대응방안으로 △국민연금 찬성 의결권 확보 필수 △해외 투자자는 투자성향 및 의결권 행사 방식 고려해 투자자군별 설득 방안을 수렴하고 우호세력으로 확보 △일성신약 등 일반기업 및 개인투자자 중 지분율 상위에 위치하는 투자자에 대해 최대한 우호지분 확보 추진 △자기주식 활용한 우호세력 확보 추진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는 합병 주총일 전까지 실제로 실행된다.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 삼성증권 누리집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 삼성증권 누리집

■ ‘합병 찬성 의결권’ 확보 위해 삼성증권 사장부터 PB까지 동원

검찰은 삼성이 엘리엇에 맞서 찬성 의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합병 자문사에 불과한 삼성증권이 전방위로 동원됐다고 보고 있다. 자문하는 수준을 넘어, 미전실의 지시를 받아 적극적으로 찬성 의결권을 모으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증인 한씨와 같은 삼성증권 직원뿐 아니라, 윤용암 당시 삼성증권 사장도 의결권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윤 전 사장이 당시 삼성물산 외국계 2대 주주(3.12%)였던 블랙록 자산운용과 외국계 3대 주주(2.18%) 메이슨 캐피탈의 찬성 의결권 확보를 위해 홍콩과 미국 등지에서 이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는 의혹이다.

증인 한씨를 비롯한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이 작성해 미전실에 보고한 문건과 메일 등을 보면 이러한 정황이 나타난다. 2015년 6월15일 한씨 등은 미전실 최아무개 부장에게 ‘블랙록 토킹 포인트’라는 미팅 자료를 송부한다. 윤 사장이 블랙록과 만나 나눠야 할 대화 핵심 내용이 담긴 자료로, 문건에는 “엘리엇이 제기한 합병비율 공정성 문제, 삼성물산 주식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합병 이사회 결의 이전 양사 주가 추이 및 산업환경 고려 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양사가 독립적인 2개 빅4 회계법인의 평가결과를 받은 결과 현재 합병비율 1:0.35는 적절한 합병비율 범위 내에 있다고 검토된 것으로 안다”는 내용이 윤 사장의 주요한 ‘토킹 포인트’로 제시됐다. 이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한씨는 “(윤용암 당시) 증권 사장님하고 같이 블랙록 미팅에 배석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전에 사전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 메일 작성 이틀 뒤인 2015년 6월17일, 증인 한씨가 팀원에게 ‘블랙록 토킹 포인트’를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메일에는 윤용암 전 사장의 역할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씨는 이 메일에서 팀원에게 “(윤 사장에게) ‘블랙록을 책임지라’고 해서 (윤 사장이 블랙록을) 만난다고 한다”는 설명을 한 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자원이 좋지 않은 망가지는 회사이고 제일모직은 국내사업이 강한데 글로벌라이즈(세계화)가 필요한 회사라는 점을, 이를 위해 양사를 합병하는 거라는 점을 몇 가지 데이터를 통해 백업해달라”고 요청한다. 윤 사장이 블랙록과 만나 ‘삼성물산은 망가지는 회사고 제일모직은 세계화가 필요한 회사라 합병하는 것이니 찬성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보강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왜 자문사에 불과한 삼성증권이 합병 찬성 의결권 확보에 나서느냐’고 추궁했고, 증인은 ‘창구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블랙록은 삼성물산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주주인데,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에게) 삼성물산 주주인 ‘블랙록을 책임지라’는 의미가 뭐에요?” (검찰)

“압축해서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책임지라고 해서 책임을 진다는 게 어려운 거잖습니까. (삼성물산 주요 주주와의) 창구역할을 계속해달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증인)

“(합병) 주총 앞두고 삼성물산 주주 상대로 아이알(IR·투자자 대상 기업설명 및 홍보활동) 하는 걸 삼성증권이 할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검찰)

“(자문사가) 투자자 만날 때 미팅을 어레인지(주선)하거나 적절한 사람 만날 수 있게 해주거나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증인)

“기업 아이알이나 주주 찬성 의결권 확보 이런 건 (삼성물산) 기업에서 할 수 있는데, 왜 삼성증권 사장인 윤용암에게 하라고 하는 건지 이상해서 여쭙는 겁니다.” (검찰)

“제가 이해하기론 이런 미팅을 주선하거나 아이알 활동을 할 수 있게 창구 역할을 계속해서 윤 사장님이 책임져서요, (찬성 의결권 확보를) 책임진다기보단 (창구 역할을) 맡아 달라 이런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증인)

“윤 사장보고 책임지라고 하는 사람은 윤 사장보다 위에 있는 사람인 거 같은데, 미전실에서 윤 사장에게 역할을 부여한 것 아닙니까?” (검찰)

“그건 제가 알지 못하는데요. 삼성물산에서 여러 아이알을 하고 있어서 삼성물산에서 직접 요청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상황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증인)

검찰은 윤용암 사장이 당시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이사(사장)이었던 김신 피고인과 함께 2015년 7월 미국에서 외국계 3대 주주인 메이슨 캐피탈 관계자들과 만난 것도 미전실의 지시에 따른 행위라고 본다. 메이슨과의 미팅 전인 2015년 6월24일, 증인 한씨는 신아무개 삼성증권 아이비본부장에게 윤 사장과 메이슨과의 전화 내용을 정리한 ‘메이슨캐피탈 콜 내용’ 문건을 보고하면서 “윗선에서 (메이슨을) 만나라고 사인오프(승인)가 나온 거로 안다”, “(윤용암) 사장님께서 (메이슨에) 콜하기 전에 최(지성) 실장님, 김신 사장님과 얘기 끝났다고 말씀하셨다”고 썼다.

이에 검찰은 “김신 사장은 (윤용암 사장과) 같은 계열사 사장이므로 윤 사장의 윗선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윤 사장에게 메이슨과 만나보라고 승인한 ‘윗선’이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부회장) 등 미전실 이상급을 뜻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증인은 “최지성 실장이나 김신 사장은 삼성증권 입장에선 고객이기 때문에 (윗선이 누굴 말하는지) 명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삼성증권 사장 뿐 아니라 삼성증권 리테일본부(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 프라이빗뱅커(PB)들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결권 확보작업에 동원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증인 한씨는 2016년 6월 초 삼성증권 법무팀에 피비들을 통해 합병 찬성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법무팀으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 불건전 영업행위, 대주주 부당 영향력 행사”등의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에도 삼성증권 피비들은 의결권 확보 과정에 투입됐다.

이에 대해 한씨는 “제 기억에 피비가 (고객으로부터)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 삼성물산에 넘겨주고 미팅을 주선해주는 등 삼성물산이 접촉하도록 해주는 행위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삼성증권 리테일본부가 고객들에게 투자상담을 가장해 찬성 의결을 직접 권유했다고 보고, 이 과정은 이 부회장과 미전실 임원의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증권은 삼성물산 주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삼성물산으로부터 주주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이 담긴 주주명부를 받아 찬성 의결권 확보를 위해 활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일성신약에 ‘프리미엄’ 얹어줄까, 바이오 독점 사업권 줄까 고민

이렇듯 삼성증권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삼성물산의 국외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서는 한편,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일성신약 쪽의 찬성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가지 계획을 세운 문건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2.37%를 보유한 일성신약 쪽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을 문제 삼으며 합병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

2015년 7월7일 증인 한씨가 팀원들과 함께 작성한 ‘에이(A)사 의결권 확보방안’ 보고서를 보면, 최대한 다른 주주들의 반발 없이 일성신약(A사)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한 흔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일성신약의 지분에 ‘프리미엄’을 얹어 사주되, 주총 전에 구두계약만 맺어놓고 실제 매입 시기는 주총 뒤로 미루는 방안을 제안한다. 주총 전 일성신약과 거래를 완료하면 공시를 통해 이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이 경우 돈 주고 의결권을 샀다는 ‘매표 논란’으로 번질 수 있으니, 구두계약만 체결해놓고 실제 거래는 주총 이후에 이행하자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일성신약이 과도한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제공 가능한 경제적 이익으로 삼성 바이오 사업 관련 독점 사업권 제공, 유통 판권 제공” 등을 제안해볼 수 있다고 기재해놓았다. 이에 검찰이 “독점 사업권이나 유통 판권은 바이오 자회사에게 결정할 사안인데, 바이오 자회사와 논의한 거냐”고 묻자, 한씨는 “그렇진 않다”며 “추후 가능한지 (바이오 자회사에) 따져본다는 전제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표 논란’과 관련해, 일성신약 쪽은 피고인 김종중 당시 미전실 전략1팀장(사장)과 김신 전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이 삼성물산 주식 매도 및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대가로 여러 경제적 이익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은 2017년 7월 이 부회장이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이 ‘보유 주식을 비싼 값에 사주겠다’는 제안을 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중 전 팀장과 김신 전 대표는 ‘일성신약에 합병 찬성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들 두 사람을 위증 혐의로도 기소한 상태다.

■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넘길 때 장외거래 택한 이유는

검찰은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5.76%를 우호세력에 매각한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삼성물산이 자기주식을 그대로 보유할 경우 합병안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이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할 경우 그를 통해 찬성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앞서 삼성은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매각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다고 공시한 2015년 6월4일 작성된 ‘엘리엇 대응문건’ 별첨 문건을 보면, 당시 삼성은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각을 장내 거래인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할지, 장외거래로 할지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이란 지분을 대량 보유한 매도자가 매수자를 지정해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고, 장외거래는 유가증권시장 바깥에서 이뤄지는 매매 방식이다. 해당 보고서는 “거래 안정성 및 세금규모 고려 시 일반적으로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보통 자기주식을 매각할 경우 장외거래가 아닌 블록딜로 처리한다고 밝혔지만, 삼성물산은 2015년 6월10일 우호세력인 케이씨씨(KCC)에 장외거래 방식으로 자기주식 5.76%를 넘긴다.

검찰은 삼성이 더 높은 세금을 무릅쓰고 장외거래를 택한 데에는 합병 반대 주주들이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합병 주총의 주주명부 폐쇄일(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권한을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 기재사항 변경을 정지하는 것)이 2015년 6월11일이었는데, 블록딜로 거래할 경우 결제에 2거래일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경우 주주명부 폐쇄일인 11일에 주식 입고를 하려면 ‘6월8일 이사회 결의, 6월9일 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져야 한다. 반면 장외거래는 6월10일에 이사회를 한 뒤 6월11일에 바로 주식 입고가 가능하다.

블록딜을 택하면 6월8일 이사회 이후 엘리엇 같은 합병 반대 주주들이 주주명부 폐쇄일까지 지분을 추가 매입하려 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세금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장외거래를 택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증인에게 “엘리엇 출현 이전에도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각이 검토된 적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증인 한씨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 ‘이재용 부회장이 골드만삭스 만났나’…검찰-변호인단 입씨름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엘리엇의 등장 이후 이재용 부회장과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회동 관련 보고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양쪽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 공개된 메일 중에는 증인 한씨가 제일모직으로부터 건네받은 ‘150606 엘리엇 대응계획’ 문건을 신아무개 삼성증권 아이비본부장에게 보내주면서 “부회장님과 지에스(GS·골드만삭스를 의미) 미팅 전 논의할 보고서 초안이다. 해외 자문사 활용 계획이 핵심”이라고 쓴 메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증인을 상대로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의 미팅 관련 보고서 작성에 삼성증권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신문하자, 변호인단이 “(검찰은)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의 미팅이 당연히 있었다고 전제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1년부터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그룹 승계 과정에서 수차례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직접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엘리엇 등장 이후 다급해진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골드만삭스와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그룹 승계나 엘리엇 대응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가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검사님이 너무 당연하게 부회장과 지에스의 미팅이 있었고, 부회장 보고용 보고서라고 전제하는 데요,” (변호인)

“(이메일에) 적혀 있는 대로 여쭤본 겁니다.” (검찰)

“부회장 보고자료라고 하는데 그건 증인에 물어볼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메일 내용은 누가 논의할 자료인지도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변호인)

“그건 지금 단계에서 이의제기할 게 아닙니다. (이메일) 기재 내용 관련해 (증인의) 기억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증인의 경험 사실을 얘기하면 되죠.” (검찰)

“그러면 부회장과 지에스의 미팅이 있었냐, 그 회의에서 논의할 자료냐 이런 걸 묻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 회동을) 그걸 전제하고...” (변호인)

“(재판장을 향해) 재판장님, 저희가 큰 기업과 관련해 기소, 재판에 이르렀는데 증인과 변호인까지 부회장 얘기만 나오면 질문부터 이의제기까지 납득할 수 없게 진행됩니다.” (검찰)

“변호인이 지적한 부분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정리하시죠. 검찰은 이메일 내용 그대로 물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재판장)

이날 공판을 끝으로 한씨에 대한 검찰 주신문이 마무리되면서 공은 변호인단에게 넘어갔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지난 11일과 18일 5, 6회 공판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계열사 필요로 이뤄졌으며,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다음달 1일 첫 번째 증인인 한씨에 대한 신문이 끝나면 이후에는 한씨의 삼성증권 부하직원으로 삼성물산 합병티에프(TF)에 파견됐던 이아무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검찰 주신문에 대한 변호인단의 반격은 다음 기사에서 이어진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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