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5일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급 간부 인사를 시행했다. 사진은 서울 중앙지검 로비. <한겨레> 자료사진
법무부가 25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의 특징은 ‘권력수사를 이끈 검사 교체’와 ‘법무부 참모진 수사 요직 배치’로 요약된다.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에 주안점을 두면서 전면적인 ‘전진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지만, 지난 4일 있었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규모 인사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올 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 이뤄진 정기 인사의 폭이 크지 않았고, 이달 초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되면서 검찰 진용을 새롭게 짜려는 장관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가 될 것”이라며 ‘물갈이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경찰과의 협력 부서를 신설한 조직개편까지 맞물린 점도 인사 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권력 사건을 수사해온 수사팀장들이 필수 보직 기간인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거 교체됐다는 점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김학의 전 차관과 관련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수사 공판을 총괄해온 강백신 통영지청 형사1부장은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말 도입된 ‘검사인사규정’에 따라 부장검사(중간간부)의 필수보직 기간은 1년이지만, 조직개편 등이 이뤄질 경우 예외적으로 필수보직 기간에 상관없이 인사를 할 수 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특수부 출신 검사들은 대부분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고등검찰청으로 이동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각각 특수 1·2·3부장을 맡았던 신봉수 평택지청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서울고검 검사, 수원고검 검사,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이동한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보좌한 김유철 원주지청장은 부산고검 검사로, 검찰개혁 방향에 쓴소리해온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보호관은 광주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윤 전 총장이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견해도 있다.
반면, 지난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처럼 ‘정부’와 가깝다고 분류되거나 검찰개혁 취지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검사들은 주요 보직에 발탁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2·4차장에는 각각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과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전보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지낸 진재선 서산지청장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동한다. 검찰 조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대검 검찰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대규모 인사로 현재 진행 중인 권력수사가 교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대규모 인사를 이유로 필수보직 기간 1년도 못 채운 권력 사건 수사팀장까지 모두 교체한 건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없다”며 “윤 전 총장과의 관계에 따라 인사결과가 갈리고, 정부와 가까운 성향의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인사에 내부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박범계 장관이 조직개편안 협의 과정에서 김오수 총장의 의견을 수용한 대신, 중간간부 인사에서 주도권을 쥔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이 애초 조직개편안에 있던 ‘직접수사 장관 승인 규정’을 빼고 일부 특수수사 기능을 부활시키는 성과를 냈지만, 인사 협의 과정에서 검찰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박범계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나름 조화와 균형 있게, 공정하게 한 인사”라며 “일부 언론이 보는 시각과 인사 제청권자가 보는 시각이 늘 같을 수만은 없다. 이번엔 소위 말해 좌천됐다는 검사에 대한 구제 측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주요 권력사건 수사팀장 교체를 놓고서도 “주요 관심 사건이면 인사 시기에 인사할 수 없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며 “수사는 필요성이나 요건이 있으면 후임자에 의해서도 연속성을 갖고 할 수 있으니 과하게 의미 부여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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