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미문의 일꾼교회 예배당에서 단식중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총무 출신 김정택 목사.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 제공
재개발사업에 철거 위기에 놓인 ‘한국 노동·민주화운동의 산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현 미문의 일꾼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 농성중인 김정택(71) 목사가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장기간 단식으로 인한 어지럼증과 고혈압 등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80여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모인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0일 “미문의 일꾼교회 예배당에서 29일째 단식 중인 김 목사가 건강 악화 탓에 30일째 되는 21일 단식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김 목사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의 단식은 21일부로 끝나지만,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릴레이 동조 단식을 이어간다. 김 목사를 비롯한 대책위는 21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구 화수·화평 재개발지역 주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인천의 대표적 노동 및 민주화 관련 유산을 지켜달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인천 동구 미문의 일꾼교회 예배당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정택(가운데) 목사를 응원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앞서 인천시는 ‘교회 쪽과 재개발조합 쪽의 원만한 합의안 도출에 인천시가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은 지 하루 뒤인 19일 인천산선 철거가 포함된 재개발사업을 승인·고시했다. 범대위 쪽이 ‘기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 결정에 따른 행정적인 절차를 이행한 것이다. 향후 교회 건물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교회와 조합 간 합의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은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규모 공동주택 3183가구를 짓는 것이다.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노동·민주화운동의 역사 유산으로 평가받는 인천산선 철거 계획도 포함되면서 존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시는 지난달 23일 이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어 현 교회 터에 표지석 등 기념물을 세우고 교회는 외곽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조건부로 수용했다.
한편 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운동을 해온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공모로 선정하는 ‘지켜야할 역사문화유산’ 후보로 인천산선을 올려 30일까지 누리꾼 대상으로 댓글 추천을 받고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 이곳만은 꼭 지키자! 응모하기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nationaltrust.or.kr)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