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계획 및 복직 소송 진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성전환 수술 뒤 강제 전역된 고 변희수 전 하사의 복직 소송 승소를 바라는 이들이 지하철 광고를 게재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를 신청한 단체들은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32개 시민단체가 모인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3일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 (변 전 하사와 연대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으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8일 불승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시민 300여명은 선고를 한달 앞둔 변 전 하사의 복직 소송 승소를 바라는 마음으로 광고비 900여만원을 모금했다.
공대위는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대해 “트랜스젠더임을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한 고 변희수 하사의 사진과 시민들의 연대 메시지가 담긴 광고에 대해 민원이 발생할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며 “광고가 게시되지 않아 아직 민원이 제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을 이유로 게시를 거부하는 것은 자의적일뿐더러, 판단의 기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번 결정이 ‘소수자 혐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견광고 점검항목상 특정 계층에 대한 왜곡된 시각, 차별, 인권 경시 등을 광고 불승인의 사유로 삼고 있으면서 도리어 공사가 앞장서 차별적 관점에서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행태는 위선적이며, 용인할 수 없는 소수자 혐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의 ‘광고관리규정’은 정치 관련 광고, 성별 영향(성역할 고정관념, 성차별적 표현, 외모 지상주의, 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 특정 계층에 대한 왜곡된 시각·차별, 인권의 경시, 기타(사회적 논란 발생 가능성) 등을 광고 심의시 점검 기준으로 두고 있다.
공대위는 불승인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고가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게시를 거부한 것은 트랜스젠더에게 가해진 부당한 차별에 맞서다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모욕이자, 고인을 기억하며 싸움을 이어가는 수많은 성소수자와 지지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재심의를 신청해도 결과가 번복될 것 같지 않고, 변 전 하사의 복직소송 1심 판결 선고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광고 게재를 위해) 인권위에 긴급구제도 함께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원회에 의뢰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입장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인권·젠더·학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8명 중 과반 동의로 이뤄졌고, (외부 위원들의) 결정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자세한 논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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