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과 경기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여야 유력 대권 주자를 둘러싼 사건 수사를 늦어도 10월말 안에 마무리 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 만큼 신속한 수사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겠다는 취지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사건과 이재명 경기지사 관련 사건을 10월말께 마무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일정(11월5일)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일정(10월10일) 등을 고려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가 기존 부서 인력 6명에 추가로 6명을 파견·지원받아 수사팀을 2배로 늘린 것도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사팀은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지난 16일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대검 감찰부 감찰 자료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총장 가족 관련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윤 전 총장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및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고,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윤 전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의 모해위증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최씨 모해위증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11월13일이다.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수사도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일 이 지사 쪽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3명을 허위사실 유포(공직선거법 위반)와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추석 연휴 직후인 23일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과거처럼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대선 주자와 관련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대선 주자 관련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대선 전에 끝마치려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사건의 수사 결과를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21일 이후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를 놓고 여야 간 정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포석이다.
검찰은 역대 대선 과정에서 유력 후보와 관련된 수사를 대선 전에 마무리했으나 일정이 촉박할 경우에는 아예 유보하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비비케이(BBK) 주가 조작 등 의혹에서 검찰은 대선 2주 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실 수사 및 봐주기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찰 재수사가 이뤄졌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형을 선고했다. 2002년 대선 때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을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대선 두달을 앞두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1997년에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 전 수사 종결이 불가능하다”며 ‘수사 유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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