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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장동 주주협약 수차례 바뀔 때, 초과이익 손 놓고 있었다

등록 2021-10-04 04:59수정 2021-10-04 08:28

개발사업 핵심 문서 주주협약, 사업협약, 정관 전문 입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성남/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성남/연합뉴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공공부문 주체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에도 이익 배분을 담은 주주협약 등을 변경했지만, 초과 이익을 민간개발업자가 가져가도록 설계한 애초 내용을 전혀 바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의혹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3종 문서인 주주협약, 사업협약, 정관 전문을 입수했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 3명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결과, 2015년 첫 체결부터 이후 여러차례 변경을 거치는 내내 개발 과정 결정 권한은 물론, 개발 이익을 민간 쪽에 몰아주는 조항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문서를 검토한 전문가들은 “배임 가능성이 짙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혐의 등을 구체화한 뒤, 당시 이사회 회의록 등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성남시 쪽 관리책임도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문서는 주주협약이다. 주주협약은 주요 사업주체 사이 이익배분, 사업 수행 절차 등을 담은 계약서와 같은 구실을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화천대유, SK증권(천화동인 1~7호), 하나은행 등 5개 금융사는 2015년 6월22일 표지 포함 A4 17쪽짜리 주주협약을 작성했다. 주주협약은 2019년 9월26일까지 모두 세차례 변경됐다.

가장 문제되는 대목은 주주협약 핵심인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 과정 설계가 성남의뜰 전체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아무런 실권이 없는 방식으로 이뤄진 부분이다. 반면 성남의뜰 지분 ‘1%-1주’를 가진 시행사 화천대유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부여됐다. 주주협약 등을 검토한 기업전문 ㄱ회계사는 3일 “분양 방식과 보상가액 결정 등 전체 사업 이익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권한을 모두 성남의뜰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정작 이사회나 주주총회 의결 방식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절반 이상 지분을 가진 실질적인 의미가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주주협약 등을 보면 성남의뜰 이사 3명은 알려진 것처럼 성남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화천대유가 각각 1명씩을 추천하게 돼 있다. 대표이사 추천권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게 있다. 주주협약 4조9항에 나오는 이사회 규정을 보면 이사회는 △공급대상토지 분양 방식 및 분양가격 결정·변경 △토지·지장물 등 보상 가액 결정·변경 △대장동 개발 관련 공사도급 계약 체결·변경·해지 △사업 관련 개발계획 변경 △사업 관련 실시계획인가 등 주요 인허가 신청·변경 등 13개 항목에 걸친 주요 사항을 결의할 수 있다. 이사회가 사업 이익을 결정하는 핵심 권한을 가진 셈인데, 성남의뜰 정관 제38조(이사회의 결의방법)는 “이사회 결의는 이사 전원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주주임에도 이사회 결정에서 주도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ㄱ회계사는 “목적이 같은 단일회사는 과반 의결을 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사회는 보통 과반 의결로 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한다. 그런데 성남의뜰은 과반으로 의결 구조를 설계해 민간 쪽 이사 2명이 동의하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반대해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놨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추천권을 갖는 성남의뜰 대표이사도 계속 화천대유 추천 이사가 맡는 상황이 됐다.

기업전문 ㄴ변호사 역시 “1%가 채 안 되는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화천대유 쪽이 주도해 구성한 은행 컨소시엄이 뭉치면 모든 결정을 민간이 다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과거 민간개발 주주협약 검토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ㄷ변호사는 “이사회 구성부터가 문제다. 전체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회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쪽 이사가 더 많이 참여하는 방안 등이 있을텐데, 왜 3명으로만 구성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만약 주요 권한을 주주총회로 돌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성남의뜰 정관을 보면 주주총회 의결은 “출석주주 의결권 4분의 3 이상, 발행주식 총수 4분의 3 이상 승인에 의해 채택”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주총회에서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주총회는 영업·자산의 전부 또는 일부 양도, 이사·감사 해임 등 실제 사업 과정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거나 사업 수익과는 큰 관련 없는 결정에 대한 권한만 가지고 있다. ‘4분의 3 이상’ 규정은 반대로 족쇄가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역시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안건을 독자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 4분의 3 이상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ㄱ회계사는 “공공이 참여한 개발이기 때문에 최소한 고분양가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주주총회가 75%(4분의 3 이상) 룰이라 아무런 힘을 못 쓰는 구조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 과반을 확보했고, 이사도 있지만 중요 의사 결정을 하거나 거부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ㄱ회계사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공사는 권한 없이 끌려만 다닐 수밖에 없다. 주주협약 핵심이 주주총회 권한과 이사회 권한인데 대장동 사업 주주협약은 제일 중요한 것을 잘못 짰다. 이것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임 소지가 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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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부재 외에도 화천대유 쪽에 100억원이 넘는 자산관리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과도한 이익을 준 정황도 확인된다. 애초 주주협약 제6조를 보면 화천대유 쪽에 주기로 한 자산관리 수수료는 90억원 한도 내에서 추정 사업기간 66개월을 고려해 지급하기로 돼 있다. ㄴ변호사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 직전에 만들어진 자산관리회사에 이렇게 많은 액수의 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특히 민간사업이 아니라 민관 공동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자산관리회사가 할 일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너무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이 금액은 이후 더 늘어난다. 성남의뜰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2019년 9월26일 3차 주주협약 변경을 하면서 자산관리 수수료를 128억원 한도 내에서 지급(추정 사업기간 77개월)하기로 상향했다. 자산운용 기간은 16.7% 늘어난 반면 자산관리 수수료는 42.2% 늘어난 것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사업 후반으로 갈수록 자산관리 수수료는 줄어들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같은 증액은 화천대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주주협약 개정이라는 평가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익을 늘리는 주주협약 개정도 1차례 있었다. 성남의뜰은 2019년 2월13일 앞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으로 확정한 배당금 1822억원 대신 A10블록 매각대금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주협약을 바꾼다. 애초 1822억원은 임대주택을 짓기로 결정된 A11블록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아닌 화천대유 쪽에서 분양할 경우 그 보상격으로 받게 될 배당금이었다. 이후 임대주택 부지는 A11 대신 A9, A10블록으로 변경됐고, 이중 A10블록 매각대금 전부를 성남도시개발공사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주협약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성남의뜰이 2019년 A10블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한 대금은 1822억원보다 8억원 많은 1830억원에 불과해 실제 공사가 추가로 얻은 수익은 미미했다. 같은 임대주택 부지 A9블록을 엘에이치에 매각한 돈 291억원은 화천대유 등에 배당됐다.

ㄷ변호사는 “사업협약에는 임대주택 단지 대신 현금으로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 1주일 뒤에 체결된 주주협약에는 이 액수를 1822억원으로 고정했다. 사업협약에 따르면 현금 정산 시기를 부동산 가격이 오른 뒤 공급가액으로 결정할 수도 있었는데, 이후 주주협약에서 이 액수를 아예 고정해서 추가 이익을 거두지 못하게 된 점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배지현 정환봉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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