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이화여대 스타벅스 1호점 앞에 스타벅스 직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트럭시위(오른쪽 차량)가 진행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세계 스타벅스에서는 매장 직원들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이 말에는 일선 현장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고 고객과 만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 파트너들이 지난 7~8일 트럭시위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를 향해 외쳤다. ‘우리는 1년 내내 진행하는 마케팅 이벤트보다 매일의 커피를 팔고 싶습니다’, ‘스타벅스의 가장 큰 자산은 파트너입니다. 이를 잊지 마십시오’.
호칭만 ‘파트너’가 아닌 ‘진짜 파트너’로 대우하라는 요구다.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바빠 매장 청소조차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스타벅스가 그토록 강조하는 ‘고객 교감’을 할 여지라도 달라는 취지다. 회사는 이를 갑작스러운 ‘파트너들의 역습’으로 받아들인 분위기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 회사도 직원도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1999년 서울 이화여대 1호점으로 국내에 첫발을 디딘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국내 커피문화 확산과 함께 빠르게 사세를 불렸다. 2015년만 하더라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할 정도였다. 파트너들은 입사 후 2~3년이면 점장을 달았다.
현재 스타벅스 매장 수는 1600개로 늘어 성장세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10년을 다녀도 부점장을 달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해엔 코로나에도 매출이 3% 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11년 만에 감소했다. 회사는 매장당 사람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커피를 좀 더 많이 팔거나 이윤 높은 걸 자주 팔아 남기려 했다. 파트너들은 초과근무 한도가 차서 ‘무봉’(무료봉사)이 일상화되자 좌절했다. “우리를 소모품으로 쓰는구나”라고.
외부에서는 이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기도 한다. 애초 시위 취지는 휘발되고 “바리스타 하루 5시간 근무에 130만원이면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힐난이 뒤따르기도 한다. “왜 안 떠나냐고? 우린 스벅을 사랑하고 바꿀 수 있다 믿으며 전처럼 파트너십으로 일하고 싶기 때문이야. 대부분 버티는 사람도 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여기서 일하고 성장한 사람들을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시위가 촉발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파트너는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 이런 글을 남겼다.
밥벌이 직장에 돈도 워라밸도 아닌 무려 ‘사랑’이라니. 자부심과 애정으로 시작한 일, 그 기대가 굴절돼 속상한 마음, 다시 잘해보고 싶은 희망…. 이런 심정을 켜켜이 드러낸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스타벅스의 한 매장에서 6년째 근무 중인 한 파트너도 <한겨레>에 “(처음엔) 파트너를 자산처럼 여긴다고 생각해 든든한 느낌이었지만, 점점 그렇지 않은 쪽으로 바뀌어온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스타벅스를 키워온 상당한 지분은 돈 주고 사기도 어려운, 파트너들의 이런 열정일 것이다.
트럭시위 첫날인 7일 저녁,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쫓기듯이 ‘겨울 프리퀀시(쿠폰행사) 2주 연기’를 발표했다. 시위를 주도한 파트너는 즉각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지금의 위기를 무마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몇년간 부족한 현장 인력으로 회사를 운영해오며 파트너들이 소모품 취급당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각 매장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개선할 것을 약속해주십시오.” 스타벅스가 제대로 된 반성문을 써야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이 파트너들이 이별 통보 전에 준 마지막 기회일 테니.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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