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에서 변호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구한말이다. “1906년 법무령 제4호에 의해 홍재기 등 3명이 변호사 인가증을 받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00년 뒤인 2006년 변협에 등록한 변호사가 1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변호사·판사·검사를 합친 법조인은 3만5천명을 넘는다.
회계사(2만4천명)보다는 많지만 의사(13만명·치과의사와 한의사 제외)나 약사(8만명)보다는 훨씬 적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법조인의 위상은 숫자 이상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법조계를 넘어 정치·경제 등 각 분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양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현 추세라면 19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0대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의 차지다.
21대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 출신은 46명(15.3%)으로 행시에 합격한 관료(27명), 기자(20명), 기업인(11명) 출신을 압도한다. 올해 4월 상장사 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는 총 816명이다. 그중에서 변호사 출신은 95명(11.6%)으로 대학교수(228명), 기업인(153명)에 이어 당당히 3위다.
법조인의 부상은 법치주의 확산에 따른 법률 전문가 중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저서인 <불만시대의 자본주의>에서 국부의 기둥인 ‘훌륭한 사회적 조직’의 핵심요소로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법조인은 법치 실현이라는 특별한 공적 기능을 갖는다. “변호사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을 정의라든가 법치의 구현과 같은 공익의 실천에 둔다.”(법조윤리, 박영사)
최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전직 대법관, 특별검사, 검찰총장, 검사장 등 유명 법조인이 다수 등장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에서도 고발장을 보내고 받은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 손 검사의 배후로 의심받는 윤 전 총장 모두 법조인이다.
법조인은 사법제도의 주역으로서 강력한 권한을 쥐고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부라도 공적 책임을 망각하고 불법·편법을 가리지 않으며 사익추구에만 골몰하는데 사회적으로 통제가 안된다면 심각한 일이다. 그 자체가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법조인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공화국’처럼 ‘법조공화국’도 개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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