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청소·시설 계약직 노동자가 적용받는 취업규칙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넣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는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지난 6월 사망하기 약 10개월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계약직 등 자체 직원의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반영하라는 시정 지시가 내려왔음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대 자체직원 취업규칙’ 자료에 근거해, 서울대 총장이 임명하는 직원과 의과대학 직원을 제외한 모든 단과대 자체 직원 취업규칙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서울대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이 계약직원과 시설관리직 등의 취업규칙에 반영돼있지 않아 근로기준법이 위반될 수 있다며 시정지시를 했지만 서울대는 개선하지 않았다.
현재 서울대는 총장이 인사 발령을 내는 직원과, 기관장이 발령하는 직원으로 나뉘는 이원적 고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총장이 ‘법인 직원(정규직)’과 일부 ‘자체 직원(무기계약직·비정규직)’을 임용하고, 서울대 산하 각 기관장들이 ‘자체 직원’을 임용하는 구조다.
서동용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단과대에서 임용하는 자체 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 조항 뿐만 아니라 총장이 임용하는 직원과 다른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과대 자체 직원은 경조사 휴가에서 차별받는다. 총장 임명 직원에게는 배우자 출산 시 10일의 휴가가 주어졌지만 공과대학, 자유전공학부에서는 5일, 법과대학에서는 3일을 주는 것으로 취업규칙에 적시돼 있다. 치의학대학원 취업규칙에는 관련 조항이 아예 없다. 본인 및 배우자의 조부모, 외조부모의 사망 역시 총장 임명 직원에게는 3일이 보장됐으나 공과대학, 법과대학, 치의학대학원에서는 2일이 주어졌다.
직원들의 정년 기준도 달랐다. 총장이 임명하는 직원과 치의학대학원의 경우 정년은 만 60살이지만, 공과대학·법과대학 등 소속 직원은 정년이 만 55살이다. 신체, 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 휴직할 수 있는 기간 역시 총장 임명 직원의 경우 1년 이내였지만 자유전공학부는 6개월 이내였다.
단과대 자체 직원 취업규칙에는 근로기준법과 남녀평등법 등 노동 관련 법과 어긋나는 내용도 담겨있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는데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보건대학원, 치의학대학원 등의 취업규칙에서는 해고통지 예외 규정 대상을 확대해 6개월 미만으로 두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만 8살 자녀를 둔 근로자는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으나, 공과대학 취업규칙에서는 만 6살로 명시하고 있었다. 또한 대다수의 단과대 취업규칙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조항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동용 의원은 “노동자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서울대 관계자의 인식과 고용 구조는 수년째 지적을 받아도 바뀌지 않고 있다”며 “법률상 총장에게 임명권이 있음에도 각 기관장에게 일임하는 사실상의 간접고용 제도가 문제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서울대의 차별적인 고용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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