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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휴가중 극단 선택한 일병, 뒤늦게 ‘순직’ 인정…어머니 나선 뒤에야

등록 2021-10-20 15:12수정 2021-10-21 02:38

애초 ‘일반사망’ 판단한 국방부 “업무 과중 인정”
유족 “군이 애초에 제대로 조사했어야”
아들 조아무개씨가 군 생활 중 작성한 일기장. 강경화씨 제공
아들 조아무개씨가 군 생활 중 작성한 일기장. 강경화씨 제공

국방부가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에 대해 ‘일반 사망’이라고 내렸던 결정을 바꾸고 순직을 인정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13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2019년 7월 육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조아무개 일병의 죽음을 순직으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육군본부 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조씨의 죽음을 ‘일반사망’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군이 재심사를 거쳐 조씨의 사망이 군 직무수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을 바꾼 것이다. 조씨의 어머니가 “아들이 생전에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간부의 가혹행위 정황도 있다”며 국방부에 재심사를 청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결과다. 인권위는 국방부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입대로 인한 피해자의 환경 변화, 정신적·심리적 어려움 가중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표면적으로 나타난 피해자의 직무수행 상황만 고려해 피해자를 일반사망으로 판정한 것은 국가가 장병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 등 기본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에게 순직 여부 재심사를 권고한 바 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결정서에서 “군 복무 중 연속적인 당직근무 임무 수행으로 인한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 악화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정서를 보면, 실제로 조씨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부대의 소령급 13명은 월 3.1회 당직근무를 했으나 조씨를 포함한 병사 4명은 월 7.5회 당직근무를 했다. 특히 조씨는 2019년 6월 첫째 주 3차례 연속(6월2일·4일·6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인 당직근무에 투입됐다. 위원회는 6월 3차례 연속 당직근무를 선 뒤 피곤하다고 적은 조씨의 일기장, ‘지휘통제실 당직근무 시 수시로 간부들이 들락거리고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병사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선임병의 진술 등을 고려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위원회는 간부의 폭언 및 가혹 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조씨에게 직접적인 폭행, 가혹 행위 등 병영 부조리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행정보급관의 비위행위에 대해 알고 있는 조씨로서는 무언의 압력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병사들이 평소 행정보급관의 폭언 및 성희롱적 발언, 근무 태만 등으로 힘들어했다’, ‘조씨 또한 행정보급관이 싫다는 말을 했다’는 병사들의 진술도 고려했다.

조씨의 어머니 강경화(55)씨는 “군이 애초 첫 심사 때 제대로 조사해야 했던 것을 유족이 직접 나선 뒤에야 살펴봤다”며 “이제라도 순직으로 인정받아 다행이지만, 순직 결정을 받아도 아들은 돌아오지 못하니 허망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바로가기: “국가는 아들을 건강하게 돌려보내야 할 책임이 있잖아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42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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