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1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전담수사팀에 체포된 남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 사건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석방했다. 체포기한 안에 충분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검찰이 주요 인물들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구속하는 데 실패한 검찰이 섣불리 남 변호사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는 풀이도 나온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20일 새벽0시20분께 “체포기한(20일 새벽 5시) 안에 충분히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남 변호사를 석방했다. 지난 3일 이 사건 열쇠를 쥐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 온 검찰이 지난 14일 김만배씨 구속 실패에 이어 이날 남 변호사까지 석방하면서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애초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체포기한 만료 전에 남 변호사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통상 국외에 머물며 수사를 피해 온 피의자를 검찰이 체포한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해왔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남 변호사 사례에서는 거의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새벽 5시께 미국에서 귀국한 남 변호사를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해 이틀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남 변호사 석방을 결정하면서, 그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남 변호사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약속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등이었다. 남 변호사는 이틀에 걸친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귀국에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2015년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검찰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는 시각도 있다. 섣불리 남 변호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김씨에 이어 또다시 기각되면 부실 수사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 전체가 좌초할 수도 있다. 검찰이 남 변호사에게 적용한 혐의가 김씨 혐의와 유사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국민의힘 쪽에서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검사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김만배씨에 이어 남 변호사 영장마저 기각되면 검찰은 ‘수사에서 손 떼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남 변호사 석방은 검찰로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 수사에 일부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지난 19일 밤 법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수사가 계속 필요하다며 유 전 본부장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남 변호사가 검찰에 유 전 본부장 뇌물 혐의를 입증할 주요 단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는 22일까지 유 전 본부장을 뇌물수수 및 특정경제범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애초 그의 구속기간 만료일은 20일이었지만 구속적부심으로 인해 기간이 이틀 더 늘었다. 검찰 수사팀은 이날도 성남시청 정보통신과에 수사관을 보내 서버에 보관된 시청 공무원들의 이메일 내역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번 시청 압수수색은 지난 15일 이후 네 번째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창 밖으로 집어던졌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에 들어갔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를 수리한 뒤 잠금 해제했다.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비밀번호는 유 전 본부장 쪽에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재구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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