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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00억 약속하고 428억?…세금 뗀 ‘대장동 뇌물’, 왜

등록 2021-10-24 17:07수정 2021-10-25 02:34

검찰, 이례적으로 세전·세후 뇌물 약속액 모두 공소장에 명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대장동 4인방’.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대장동 4인방’.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그래서 뇌물은 700억원인가, 428억원인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면서 ‘700억원 약정’을 공소장에 포함시켰다. 대장동 4인방 진술이 서로 엉키는 진실공방 양상이지만 ‘700억원 약정설’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검찰은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면서도 ‘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700억원을 주고받기로 약속했지만 세금과 경비 등을 다 떼고 줄 경우 실제 유 전 본부장이 받게 된 뇌물액은 428억원이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뇌물 액수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같은 이례적 공소장이 나왔다고 분석한다. 현금으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배당 또는 투자 등 합법적 방식으로 돈을 주기로 했고, 이 때문에 ‘세금을 뗀 뇌물’을 약속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통 수표가 아닌 현금으로 수억원의 뇌물이 오가도 계좌추적 등에 꼬리가 잡히는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단일 사안으로 한번에 700억원 뇌물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기소 내용은 형사사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전두환씨 뇌물 추징금이 2205억원이지만 이는 임기 7년간 챙긴 뇌물수수액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 뇌물을 약속하고 이를 지급하기 위한 4가지 시나리오를 짰다는 범죄사실을 공소장에 적었다고 한다. 김씨가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 편의를 봐준 대가를 달라는 유 전 본부장 요구에 ‘그동안 기여를 고려해 700억원 정도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올해 2~4월 김씨가 유원홀딩스(유 전 본부장 실소유 업체) 주식을 고가 매수하거나 김씨 소유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지급하거나 증여하는 등의 방식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정도 규모 뇌물액을 현금으로 인출해서 전달하면 (여러 차례 쪼개 인출하더라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모니터링이 된다. 결국 법인 투자금이나 증여 형태로 전달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세금을 피할 수 없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워낙 뇌물액이 커서 약속 금액과 실제 전달하려는 금액 차이가 270억원 넘게 벌어지는 이례적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세전·세후 뇌물 약속액을 모두 명시한 것은 ‘700억원 약정’이 김씨 주장처럼 농담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논의된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판례는 뇌물수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도 모두 뇌물 액수로 산정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뇌물 약속액을 세전 금액과 세후 금액 모두 공소장에 적는 건 통상적이진 않다. 그럼에도 검찰이 공소장에 명시한 건 뇌물 약속이 단순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전달하기 위한 여러 방안까지 논의됐다는 점을 법원에 강조하기 위해 적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모두 700억원 뇌물 약속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한편 수사팀은 24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를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뒤 김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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