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안보지원사령부) 간부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병철 전 기무사 3처장(준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경기도 안산 지역이 관할인 310기무부대장이던 김 전 처장은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 첩보 수집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처장은 안산 가족대책위 대표와 대변인의 정치적 성향 등에 관한 정보, 단원고의 분위기, 인천 가족대책위 요구사항 파악 관련 첩보 활동 지휘를 총괄했다. 당시 기무사 첩보 활동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다음날부터 곧바로 시작됐고, 같은달 28일 기무사 사령부 내에 ‘군내외여론관리팀’, ‘불순세관리팀’ 등으로 편성된 세월호 티에프(TF)가 꾸려지며 사찰 활동이 본격화됐다. 소속 부대원들은 세월호 유가족 관련 정보들을 모아 ‘세월호 관련 조치동정’이란 이름의 정보보고 문건을 작성해 기무사령부 지휘부에 제공했다. 세월호 사찰 혐의로 2018년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사령관은 2014년 5월4일 정보보고 등의 이름으로 첩보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재판 과정에서 기무사령부와 공모해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 동향 등 민간인에 대한 사찰정보를 수집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정보수집 지시에 대한 위법성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김 전 처장은 휘하 부대원들에게 기무사 직무 범위를 벗어나 세월호 유가족 동향을 폭넓게 보고하게 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란 이유로 2019년 12월 김 전 처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9월 2심도 “김 전 처장은 부대원들에게 첩보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은 민간인 세월호 유가족 개인정보와 동향 등에 대한 지속적 수집을 지시했다. 자신의 지휘 감독을 받는 부대원들에게 직무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에서 정한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또한 법원은 부대원들도 김 처장 지시에 따른 첩보활동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부대원들은 “당시 경찰이 유가족을 사찰한다는 뉴스도 나와 우리가 부여받은 업무가 꺼림칙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부대원에게 왜 유가족 동향이나 안산시 분위기 같은 것을 파악해야 하냐고 물으니 사령부 지시상황이니까 해야 한다고 전달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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