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지난 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지금까지 수사된 혐의를 최대한 끌어모았다. 전체 혐의에 견주면 소소한 액수까지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발부를 자신했던 김씨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되며 수사가 휘청였던 탓에 곳곳의 구멍을 막아 영장 발부 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만배씨 외에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대장동 패밀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배분의 기초가 되는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부터 유리한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한 점을 배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들이 공사 이익을 축소하는 한편 민간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각종 필수조항을 넣기로 모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 등이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 사업 신청은 막고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신청을 제한하는 등 7가지 필수 조항을 대장동 공모 지침서에 넣어달라고 유 전 본부장에게 요구했는데, 이 내용이 공모지침서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유 전 본부장이 정 회계사에게 ‘성남도개공에는 임대주택 필지 하나만 주면 되고 나머지 블록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에 맞춰 정 회계사가 정 전 실장에게 ‘공사가 임대주택 부지만 배당으로 받아가는 공모지침서를 만들라’고 전달했다고 봤다.
검찰은 김씨 영장에 대장동 패밀리의 굵직한 배임 정황은 물론 친동생과 지인,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부인을 직원이나 고문으로 허위로 올린 뒤 월급을 주는 식으로 회삿돈 4억4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세세한 혐의도 담았다. 사실상 지금까지 수사된 거의 모든 혐의를 김씨 영장에 끌어모은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당초 김씨 구속영장에 담았던 곽상도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공여 혐의는 빼고, 배임 액수를 절반 가까이 깎는 등 영장 재청구에 신중을 기했다. 특히 법원으로부터 곽 의원 아들 계좌에 대한 동결 조처까지 받아냈음에도 이번 영장에서는 뇌물 혐의를 뺐다. 일단 입증 가능한 혐의를 모두 적용해 김씨 신병을 확보하고, 이후 수사를 통해 추가 혐의를 다져나가겠다는 계산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일 자체 조사를 통해 ‘전직 임직원과 민간사업자가 공모해 배임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고 배임액을 1793억원으로 특정한 것도 검찰로서는 반가운 대목이다. 수사 대상인 공사가 스스로 배임을 인정한만큼, 법원이 오는 3일 예정된 김씨 등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 대장동 패밀리의 배임 혐의를 지난 번 영장 기각 때처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남 변호사와 정 전 실장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귀국 직후 체포돼 조사를 받으며 ‘2013년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뇌물 3억52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실장 역시 검찰에 자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향후 수사를 고려해 이들을 유 전 본부장과 김씨의 배임 공범으로 판단하고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김씨와 남 변호사, 정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면, 그동안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검찰 수사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김씨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될 경우를 대비해 검찰이 남 변호사와 정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동시 청구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특히 남 변호사의 경우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유 전 본부장과 교류해 온 점을 고려하면 김씨보다 배임 공범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씨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고 남 변호사와 정 전 실장 구속영장만 발부되더라도 검찰은 배임 수사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선별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기각할 경우 검찰이 구상한 배임 및 뇌물 혐의 수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특검 도입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김만배, 남욱, 정민용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3일 오전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따로 진행된다.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밤 늦게 나올 전망이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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